유현숙 시집 『내일 뭐 해』 추천글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6.06.19|조회수3 목록 댓글 0

 

유현숙시인은 평소에도 그렇고 시에서도 그렇다. 시와 사람이 나란히 다가오는 사람, 고요를 밀며 오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간직하고 있다.

그의 시에서 다시 만나는 이번의 고요는 어느 때보다 감응이 짙다. 이 감응에 젖는 사람은 아마도 오래 무언가를 기다린 사람, 끝내는 기다림을 제단에 바치는 사람에 한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 지상의 삶에서 기다림 없이 사는 이가 있겠는가. 때문에 유현숙 시인의 시편들이 은은하게 피워 올리는 향불같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별도 없이 어스름 눈길이 / 말 삼키는 소리// 짧은 처마 아래서 녹슨 별을 닦으며/ 놋 숟갈로 제 속을 긁는 소리 // 그 소리들에 귀 털며 발돋음하는 내 숨소리 ( 「저녁소리」)”는 시 전편을 운용하는 기저음이다. 이 기저음을 내면에 간직하면서 시인은 스스로를 적소謫所에 유페시키고 에너지를 비축한다. 이 에너지는 “어떤 지목指目도 송곳도 스미지 못하( 「고독한 여름」)”는 매운 힘이 되어 “분홍의 섬에서/ 능금처럼 익어가는 그대(「그대에게 가는 길」)”에게 가는 길을 뚫는다. 시인의 기다림은 “천궁을 흐르는 떠돌이 별로/ 떠돌이 바람으로( 「슬픈자화상」)”까지 이어질 것이기에 결코 초조하지 않다. 오히려 “볕이 참 좋다/ 내일 뭐 해?(「가을볕」”라고 자신과 동류에 속할 지인을 불러내는 여유를 보인다. 때문에 시집의 시편들은 “세상에 없는 당신을 기다리다 잠이 드는 대로 ( 「그냥 그대로」 )”의 넉넉한 화음을 만든다. 넉넉한 슬픔에 젖어들며, 또한 낯선 듯 신선하게 다가오는 고전적 목소리에 이끌리며 독자들은 “산그림자 말갛게 강물에 얼비치는 대로( 「그냥 그대로」)”의 안식을 얻게 될 것이다. 모르는 사이 움푹 패인 삶의 자리들을 ‘그냥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있는 마음의 고처高處가 마련되었음을 또한 깨닫게 될 것이다. (한영옥 시인, 성신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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