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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래 시인의 이번 시집을 여러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며 특별하게 다루고 싶은 소재나 작품이 참 많다. 어렵지 않은 시어로 사유의 깊이를 새김으로써 독자와 눈높이를 맞추었으며, 대화체를 통하여 또 다른 울림을 주고 있다. 이는 그가 품고 있는 세상이 보편적이라는 것이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절차탁마한 사고의 깊이가 주는 것은 그의 체험이 충분히 육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의 시선이 사회적 약자와 이웃을 향해 둥글게 열려 있음이다.
시인은 채워진 적 없는 건조한 늑골 사이의 통증과 췌장 안쪽 깊숙이 달고 사는 허기(기갈)를 고백하고, 세상사 의외로 사소하고 물색없지만, 그는 굳게 닫힌 입술을 찢고 터져 나오는 박주가리의 하얀 깃털처럼 가장 가벼운 몸으로 먼 길을 가고자 한다. 지난한 생의 멍 자국을 취람색(푸른빛) 저린 물로 딛고 일어나, 멈춰진 생의 나사를 ‘시구(詩句)’에 걸고 나아가겠다는 선언은 이 시집이 가진 최종적인 메시지이다.
독자 또한 사과나무 아래서 풍기는 오렌지 향을 맡을 수 있을 것이며, 오래 관조 해온 존재의 진실을 그 향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문정영(시인·계간 『시산맥』 발행인)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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