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끈 사랑
평생 어색해서 못 해본 말.
치매 걸린 엄마 귀에다 대고
사랑해, 처음으로 해 본 말.
진짜로 사랑해서 사랑한다고 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는 건
진심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은 말.
연애할 때도 쉽게 안 나와서 한 놈
애태웠다던 그 말.
치매에 귀까지 어둔 개에게
사랑한다, 이놈아. 아무리 외쳐봐도
못 알아듣는 그 말.
눈뜨자마자 옆에 누운 이에겐 절대 못 할 말.
목숨 다한 개에게는 아낌없이 해 주고 싶은 말.
진심 다 해 사랑한다. 사랑해. 목청껏 질러 준다.
뭔 말인진 몰라도 좋은 말인 줄은 알겠지.
몸이 귀찮은지 맘이 안 따라 주는지
누운 채 꼬리만 슬쩍 꿈틀거리다가 만다.
진작 말해 줄걸. 진심이 아니면
절대 입 밖으로 안 나올 그 말.
한밤중 불 끄고 들어본 말.
환한 대낮엔 지금껏 못 들어본 말.
어느 것도 진심일 것 같지 않은 그 말.
사랑한다는 말. 온 맘 바쳐 개에게
불끈, 쏟아붓는다.
조등弔燈
세상을 흰빛으로 바꿔 놓았구나.
맨살로 부딪는 언 땅 위에.
아리고 쓰린 역사처럼 아픈 삶 속에.
속살 다 드러내고 덤비는 순진한 사랑*이여.
강렬한 몸짓,
차마 처절해서 가벼운 외투라도 벗어
덮어 주고 싶은 창백한 얼굴이여.
마지막 가는 길 추울까 봐
널 향해 우짖는 저 가련한 개의 눈빛을 보았니.
흰젖제비꽃,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지렴.
등불처럼 환한 꽃등 밝혀
저 아이 가는 길 외롭지 않게.
*흰젖제비꽃의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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