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약모밀의 초상
당신의 뜰 마당
수북수북 자라나는 풀들을 깎지 마세요
뼈마디를 스치는 예초기의 날선 칼날에
폴폴 보풀 날릴 때마다 훅 훅 끼쳐오는 생선비린내로
마당은 오늘도 비릿합니다
플라멩코치맛단 같은 비늘자락
더는 들추지 마세요
당신을 위한 천연 항생제 약모밀,
따사로운 풀숲에서 마음껏 꽃 피도록 그냥 두세요
비늘 밑에서 고이 잠자고 있는 비린내
면역력을 키우는 향긋한 파랑으로 발효될 수 있게
매끄럽고 보드라운 손길로 살살 어루만져 주세요
그래야 혹여 생길지도 모르는 대상포진 아토피성피부염에서
뽀얀 당신의 살결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
평생을 종부(宗婦)로 살아온 당신, 세 살 때 천자문 외우고 다섯 살 때부터 십오 년을 한문서당에서 공부한 종손(宗孫)은 한 번도 ‘엄마’를 불러보지 못한 채 ‘어머니’란 이름으로 사랑의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운 당신, 하늘에선 안녕하신가요 꿈속에서라도 한번 와주세요 와락 당신 품에 안겨 생전에 불러보지 못한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제라도 늦게나마 엄마! 엄마! 부르며 실컷 울어보고 싶습니다
***
다시 살결을 다듬습니다
스킨과 에멀젼을 바르고 에센스 영양크림도 듬뿍
얼굴 마사지도 꼼꼼히 분단장을 하고
아이크림으로 눈가 주름도 펴고,
몸과 마음 정갈한 합장으로
하얗게 쌓아 올리는 꽃탑 위에 당신의 안녕을 비는
노란 꽃등을 밝힙니다
파랑파랑 익어가는 맑은 가슴으로
맵고 시원하게 아침을 열고 따스하게 저녁을 닫습니다
※ 약모밀 : 삼백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손으로 비비면 전체에서 물고기 비린내가 나므로 ‘어성초(魚腥草)’ 또는 ‘어린초(魚鱗草)’라고도 부른다. 제주도를 비롯하여 우리나라 남부지방과 울릉도의 습지에 자생하며 중부지방에서도 자란다. 원래 약용식물로 밭에 재배하던 것이 저지대의 그늘진 숲속이나 습지에 퍼져 야생으로 자라는 관엽 ‧ 관화식물이다. 전체에서 역겨운 냄새가 난다. 뿌리는 백색이고 연하며 옆으로 길게 뻗는다. 원줄기는 잎과 더불어 털이 없으며 높이 60cm까지 자라고 가지가 갈라지며 아래쪽은 누워 자라는데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곧게 선 줄기는 검은 자줏빛이 돌고 갈라지는 가지에는 털이 있으며 몇 개의 세로줄이 있다. 잎은 어긋나는데 넓은 계란형 또는 계란 모양의 심장형으로 뚜렷한 5줄의 맥(脈)이 있고 연한 녹색이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으며 밑부분은 심장 모양으로 오목하고 탁엽(托葉)이 잎자루 밑에 붙어 있다. 5~7월에 흰색의 꽃이 피는데 줄기 끝의 이삭꽃차례에 많은 꽃이 빽빽하게 붙어 달리므로 꽃차례 전체가 한 송이 꽃처럼 보인다. 포(苞)라고 하는 4장의 꽃싸개잎은 꽃차례 밑에 십자모양꽃부리로 달려 꽃잎처럼 보이는데 흰색으로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이며 떨어지지 않는다. 꽃은 꽃잎이 없고 수술은 노란색으로 3개이며 암술보다 길다. 씨방은 1개이고 상위(上位)로서 3실이며 3개의 암술대가 있다. 8~9월에 둥근 모양의 삭과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3개의 암술대 사이에서 3개로 갈라져 연한 갈색 씨(종자)가 나온다. 삼백초과 약모밀속은 전 세계적으로 약모밀 1종만 있고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만 자라는 식물로 중국, 부탄, 네팔, 시킴,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타이완, 일본 등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분포하며, 외국에서 개발된 원예종으로 무늬변종이 있다. 삼백초와는 달리 꽃차례가 짧으며 꽃차례 밑에 꽃잎처럼 보이는 4장의 꽃싸개잎이 있고 수술은 3개이므로 구분된다. 한방에서 ‘어성초(魚腥草)’, ‘중약(重藥)’, ‘십약(十藥)’이라 하여 뿌리줄기와 잎을 약재로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