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최보슬

작성자보내미/이복희|작성시간24.03.30|조회수44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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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슬



다음은 누가 가져갈까?

나방이 젖은 날개를 펴고
망가진 손금이 손바닥을 펼 때

그 가지런한 힘은 무엇의 다음일까?

바람의 목선으로 새들의 발목이 사라진다

사라질 수 없는 것들이
빛 없이 걸을 수 있는 두 발을 깨달을 때
달의 모서리가 두 손을 만지고 있을 때​

사람에게서 없어진 그 빛들은
그다음, 어디로 가서
싹을 틔울까?

다음의 엄마는 사라지고 없다
엄마는 영원히 사라지고 있다

그때 우리가 만든 눈사람은
땅으로 순교하는
마지막을 택했고

그렇다면 엄마의 마지막은 무엇으로 남을까

물을 마실 때마다 물을 남길 수 없다
물의 다음을 생각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도 컵은 놓여 있고
컵을 쥐는 손금으로 기온들이 흐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식탁과
너무 자주 오는 여름과
엄마

엄마의 과거는 누가 가져갈까?

사람의 다음이 녹고 있었다
눈사람과 전혀 다른 순교 같았다

햇빛이 녹으면 눈사람은 따뜻했단 말

엄마의 마지막은 1월이어서
창밖이 다다른 곳은 언제나
겨울이었다

젖은 나방과 젖은 손바닥의 힘

너무 많은 일이 쓰여진 일기장은 한동안 읽지 않거나
영원히 읽지 않았다

영원은 언제나 다음이었다.


_최보슬
최보슬 / 2023년 《문학뉴스&시산맥》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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