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하루/ 김철홍 시인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4.04|조회수43 목록 댓글 0

한강의 하루

 

 

 

 

  하루가 낚싯줄에 걸려 퍼덕인다. 햇살이 일광욕을 하면 하루는 현실을 저장하고 뒹군다. 퍼덕이던 햇살이 물 위로 하얀 발자국을 남기며 사라진다. 긴 그림자가 된 불빛들이 빌딩 숲을 떠다니다 한강 벤치에 낙엽을올려놓고 앉아 있다.

 

  한강공원 밤 파란 하늘에 뜬 하얀 구름을 한 잔에 듬뿍 담아 구름만 마신다. 클라우드를 마신다. 가슴이 뜨겁다. 세상의 거품이 귓바퀴에 몰려와 멈춘다. 그리움이 울컥 솟는다. 오늘은 그녀가 없다. 벤치에 홀로 앉아 가로등이 만들어준 그림자에게 눈빛을 주며 한강은 밤의 숨결을 고른다.

 

  젊은 물고기들이 밤의 해방을 헤엄치고 다닌다. 해방이 옹기종기 물결친다. 하얀 뜬구름도 가로등에 기대어 솟는 그리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빌딩 불빛이 잠긴 잔에 될 데면 될 테라를 마신다. 잔의 거품들이 하늘로 치솟으면서 옹기종기 모여 한강을 적신다. 뜬구름이 되어 날아다닌다. 하루를 잡는 사연들이, 사연들이 뜬구름을 잡듯 잇고 이어간다.

 

  먹구름 터널 속을 지나 다리를 건넌다. 뜬구름은 더 퍼져 한강에 잠긴다. 강물에 빠진 구름을 눈으로, 가슴으로 잡고, 잠긴 구름을 잘게 잘게 씹으며 클라우드를 마신다. 드래프트 하게 구름과 교미, 빌딩의 밝은 빛을 쫓아가는 그 눈빛에 하얀 구름은 흩어지고 엷어져 간다. 하루가 옅어져 간다.

 

  한강은 새벽을 붙들고 밤을, 시간을 트림한다. 그녀 옷고름에 사라진 햇살이 걸려 나온다. 선 붉은 강물을 채운다. 하루의여백은 새벽 해를 품고 서 있다. 한강의 물빛 소리가 바람을 품은 눈빛을 부르며 산책을 한다. 햇살은 아가의 손을 잡고 오롯이 잠든다.

 

 

 

 

 

 

 

김철홍

2013년 『시와세계』 등단. 시집 『선과 색 그리고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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