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 오리나루역 802호/ 김도연 시인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4.05.08|조회수29 목록 댓글 0

주문진 오리나루역 802

 

 

 

바다에 왔어요

한 번도 뒤척여 본 적 없다는 바다에 왔어요

시간은 물방울처럼 가벼웠고요

 

나는 제왕나비처럼 태극호랑 무늬 양 날개를 팔랑이며  

수평선 끝까지 날아가는

꿈을 펼쳤지요

 

바다는 달빛 수북이 목까지 끌어다 덮고도

늦잠 자지 않았어요

 

주문진 오리나루역 802호

여기는 오리나무 빼곡한 숲이 아들 바위가 바다를 향해 떠나는

기차를 기다리는 나루터입니다

 

오리나무 푸른 이파리가 해맑게 웃고 있고요, 나는

시월의 노래를 불러 달라고

젊은 뱃사공에게 특별 주문합니다

심심하지 않게

blue, blue, blue

 

블루가 넘실대는 정거장  

바다와 나

나는 평생 후회 없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겠다 다짐했고요

평생 늙지 않게 될 거라는 언질을 받아냈지요  

바다로부터

 

손편지가 오고

흰 포말로 부서지는 답장을 쓰면 파도가 춤추는 주문진

오리나루역 802호 푸른 방 밤바다에

오늘 밤 은밀히

당신을 초대합니다

 

 

 김도연

2012년 『시사사』 등단. 시집 『엄마를 베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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