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군마(軍馬)
1.
몇 억 광년 전 출발한 별빛이
수도원을 지난다고
전장의 역사가 회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초병처럼 유성은 성벽에 박히고
보병처럼 참호 속으로 뛰어들었다
지친 군마의 긴 속눈썹은
패전한 장수를 향해 달려들던
죽음의 공포와 비겁한 칼날을 복기하며
근육을 움찔거렸다
꿈에서도 달렸다
무장한 어둠은 어디로 전진하는가
고요가 안장에 내려앉을 때
이슬처럼 축축한 상처들은
갈아탈 여분의 말 잔등을 쓸며
피의 맹세를 기록한다
혹여 위기의 날이 오면
너는 나부터 떨어뜨려라
2.
수도원 회랑 밖에 다시 별빛이 당도했다
늙은 예언가의 손에 들려나온 불안한 서사처럼
밤하늘을 날아오르는 불덩이들과 죽은 내일,
구전되는 별의 신화,
군마는
별자리를 보며 견고하게 죽었던 심장을
세차게 주무른다
안장에 두 발로 올라
고삐를 단단히 틀어쥔 수많은 이들이
전속력으로 질주해 닿고자 했던 곳은
진정 어디였을까
갈기의 영광이었던 군마,
도태된 전장의 주역들이
흔적도 없는 병기로 암흑의 우주를 향해
박차를 가하던 곳,
먼 죽음의 나라여!
-계간<시와사람> 2025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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