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박 영 춘
나무가 죽었다고 확 뽑아 내팽개치는데
식목일에 심은 나는 결코 죽지 않았다네
진정 꽃피워 열매 맺을 땅
내가 살아가야할 터전인가 아닌가
잠시 생각에 잠겼을 뿐인데
무정한 나그네 나를 바라보더니
“어허 이 자식 죽었네.”
무자비하게 뽑아버리네
그것도 사월초파일 대낮에
기가 막혀 숨도 못 쉬고 생땅에 널브러져
나는 사그랑이가 되었네
죽고살기는 하늘에 달려 있거늘
어찌하여 나를 뽑아 내팽개치는지 모르겠네
나에게 물 좀 부어주고
나에게 빛 좀 쪼여주고
나에게 흙 좀 덮어주었더라면
나는 기꺼이 잎 피고 꽃피었을 터
조금만 더 기다려보지 않고
조금만 더 기회를 주지 않고
어찌 그렇게 확 뽑아 내동댕이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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