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작성자들소 박영춘|작성시간24.03.26|조회수12 목록 댓글 0

구조조정

 

박 영 춘

 

 

나무가 죽었다고 확 뽑아 내팽개치는데

식목일에 심은 나는 결코 죽지 않았다네

진정 꽃피워 열매 맺을 땅

내가 살아가야할 터전인가 아닌가

잠시 생각에 잠겼을 뿐인데

무정한 나그네 나를 바라보더니

어허 이 자식 죽었네.”

무자비하게 뽑아버리네

그것도 사월초파일 대낮에

 

기가 막혀 숨도 못 쉬고 생땅에 널브러져

나는 사그랑이가 되었네

죽고살기는 하늘에 달려 있거늘

어찌하여 나를 뽑아 내팽개치는지 모르겠네

 

나에게 물 좀 부어주고

나에게 빛 좀 쪼여주고

나에게 흙 좀 덮어주었더라면

나는 기꺼이 잎 피고 꽃피었을 터

 

조금만 더 기다려보지 않고

조금만 더 기회를 주지 않고

어찌 그렇게 확 뽑아 내동댕이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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