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장에 오가는 길
박 영 춘
어머니 꽁무니 따라 장마당에 솔방울 팔러가던 날
길 가녘 풀꽃향기들 내 공책으로 날아들었다
나비가 꿀 찾아 제비가 메뚜기 찾아 바삐 날아다녔다
소여물 아궁이 등걸불꽃 실컷 먹어 아랫목 따스했다
밥 짓는 굴뚝연기 피어오름 꽁보리감자밥 푸짐하였다
거북등 논바닥에 물 퍼 올리는 용두레질 힘겨웠다
냇가에서 빨래하는 소녀 방망이질소리 기특했다
토방에서 졸고 있는 코흘리개 여자아이 착했다
머리헤쳐 이 잡는 초가 추녀 밑 모녀모습 정겨웠다
누나 등에 업혀 칭얼대는 막내울음 젖배 고팠다
장독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청개구리목청 부러웠다
집에 가는 아저씨 나뭇지게 진달래꽃 나비 춤췄다
동태 한 마리 지푸라기에 매달려
아주머니 콧노래에 춤추는 비린내 입맛 돋웠다
엿장수 가위질소리 멀쩡한 고무신짝 침 흘렸다
주태배기 노랫가락 갈지자 잘도 썼다
흰옷 입은 사람들 반갑게 만나 서운하게 헤어졌다
오십년 대말 읍내 장에 오가는 길에서 만난 동행인
말동무, 길동무, 이웃사촌, 사돈사이, 연인사이였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