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 항

작성자류윤|작성시간24.04.13|조회수17 목록 댓글 0

강구 항

 

 

류윤

 

 

거센 바람에 멱살잡혀잇는 강구항

조업을 일찌감치 포기한 배들이

갈매기 날아드는

항구에 접안해 있고

역대 급 태풍이라는

태풍 북상하기 전

서둘러

가게 문들을 닫고

텅텅 비어있는

거리 거리

예고편같은 돌개 바람만이

들쑤시고 다니며 난동을 부리는

태풍주의보 내린

강구 항

한철 벌어 일년 먹고 산다는

물 만난 대게 철에 태풍까지

울고 싶은 놈 빰때린 격으로

대게 전문점 간판들만

낮술에 취한 듯

눈이 벌개져 있는,

혹시나

문열어둔 곳 있나싶어

기웃거려봐도 역시나

시즌 놓친 관광열차의

즐비한 빈 객차들처럼

칸칸이 비어있는 강구항

김이 물씬 오르는

거한 대게 찜솥 뚜껑을 열자

겹겹으로 포개진

벌건 대게들  어른거리는

호객의,

삼삼오오

길손들 기웃거리며

눈매 수상쩍은

삐까번쩍 고급 승용차들 누비던

거리 거리

눈 닦고봐도

골빈 식도락가 하나

보이지 않는,

수거함 속 먹고버린

대게 껍질 처럼 텅텅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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