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 항
류윤
거센 바람에 멱살잡혀잇는 강구항
조업을 일찌감치 포기한 배들이
갈매기 날아드는
항구에 접안해 있고
역대 급 태풍이라는
태풍 북상하기 전
서둘러
가게 문들을 닫고
텅텅 비어있는
거리 거리
예고편같은 돌개 바람만이
들쑤시고 다니며 난동을 부리는
태풍주의보 내린
강구 항
한철 벌어 일년 먹고 산다는
물 만난 대게 철에 태풍까지
울고 싶은 놈 빰때린 격으로
대게 전문점 간판들만
낮술에 취한 듯
눈이 벌개져 있는,
혹시나
문열어둔 곳 있나싶어
기웃거려봐도 역시나
시즌 놓친 관광열차의
즐비한 빈 객차들처럼
칸칸이 비어있는 강구항
김이 물씬 오르는
거한 대게 찜솥 뚜껑을 열자
겹겹으로 포개진
벌건 대게들 어른거리는
호객의,
삼삼오오
길손들 기웃거리며
눈매 수상쩍은
삐까번쩍 고급 승용차들 누비던
거리 거리
눈 닦고봐도
골빈 식도락가 하나
보이지 않는,
수거함 속 먹고버린
대게 껍질 처럼 텅텅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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