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화陰畵

작성자류윤|작성시간24.04.19|조회수17 목록 댓글 0

음화陰畵

 

 

류윤

 

헐벗은 가지마다

서리 서리 서리 전설이 서려

목 매달아 죽은 귀접이

음산하게 붙어

청홍의 금줄 주렁주렁 걸린

돌무더기 성황당 자리

헐벗은 가지들이

이리 저리 얽어놓은 하늘아래

노파의 비손으로

휘휘한 바람 떼를 풀어내는

음산한 팽나무 그늘

유약한 아이들은

범접조차 두려워하던

으스스~ 무서워라 상여집

밤이면 인광을 발하는 그믐달의

귀곡성이 들리곤 했다던 풍문의

팽나무 그늘 뒤로 할 때면

손이 갈퀴 같은 팽나무 귀신이 확

덜미를 낚아챌 것만 같아

뒤도 안돌아보고

걸음이 빨라지곤 하던

털끝이 한꺼번에 곤두서던 자리

길 잃은 미친년이

때국 쩐 치마를 훌렁 걷어붙이고

음화를 보여주던

머리통을 망치로

후려 맞은 듯한 충격으로

의문의 성에 점차 눈떠가던 그 겨울

고목나무 귀신이 붙어

잠속, 꿈속에 식은 땀을 흘리던...

아직도 안색이 창백해져 있을

음산한

그 팽나무 그늘

 

 

백록담

 

류윤

 

 

한라 산상

백록 담수호의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기슭이

두둥실 띄워 올린

공산 명월에

뿔이 걸려

오도 가도 못하고

약빨 내려받고 있는

꽃사슴 한 마리

시야에 어른 거리는 봄

느닷없는 악천후의

억수 억장 눈발 몰아쳐

온통 백록을

백발 성성 도배를 해도

영산,

봉인된 한라산은

만만찮은 그 연배에도

속은 마그마로 절절 끓어

뜨겁게 분출하던 기억을 품고

아직도 내연하는 휴화산 이라니

 

 

 

수작교水作橋

 

 

류윤

 

 

흙먼지 풀풀 날리는

목 타는 들길을 가다가

먼데 하늘 어둑어둑해지며

먹 구름장 몰려오는

비 묻어오는 예감

성긴 빗발 후둑~ 후두둑~

뒤이어 우르르 쾅

고막을 깨부수는 천둥소리 뒤이어

다이렉트로

하늘을 짜 자 작~ 찢어 발기는

번개 한줄기

우장도 없이 나선

인가 하나 보이지 않는

낯설고 물선 초행길

쫄딱 비맞은 중 행색으로

산신각? 열녀각인지 좀 꺼림칙하긴해도

찬밥 뜨신 밥 가릴 형편이

일단 들어서고보니 심쿵

눈 앞의 그림이 귀신인지 사람인지

덩달아 놀란 묘령의 여인이 스르르 외면하고

돌아서 서로를 등진

어색한 침묵 이어가는 사이

그 여백을 난사하던 기총소사의 빗발도

점차 게을러져 마지막 방점의 비를

이마에 그은 두 어색을

불협화로 뱉아내는

삐이걱~ 소리와 함께

등 떠밀려나온 두 사람

안구 정화의 속눈썹이

함초롬히 젖은 무너미 무너미

초록을 딛고

산허리와 산허리를 이어주는

임시 가설 교량같은

환상의 무지개

꿈결 같은 천상에서 내려와

이리저리 정처가 없어 헤매던

선남 선녀의

보석 같은 경이의 눈길

허공에서 부딪쳐 쟁그랑 소리를 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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