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풀잎

작성자들소 박영춘|작성시간24.04.20|조회수9 목록 댓글 0

푸른 풀잎

 

박 영 춘

 

 

푸른 풀잎 뜯어 먹였다

풀꽃은 뜯어먹지 않았다

토끼가 새끼를 여럿 낳았다

아들딸 손자손녀를 낳았다

살림살이를 불려나갔다

 

머슴살이 새경 피땀으로 지고 온

쌀 두 가마니

투전방에서 쥐 파먹듯 없어졌다

아버지신발엔 어둠만 가득 찼다

 

논바닥에 기어 다니는 우렁이

보통학교 학용품이었다

벼이삭 보리이삭 사친회비 월사금이었다

 

푸른 풀잎 먹고 새끼 치는 토끼처럼

나도 흙에서 삶을 찾기로 마음 다잡았다

 

푸른 풀잎 해마다 싹 돋았다

푸른 풀꽃 해마다 꽃피었다

아픔, 배고픔, 서러움, 야속함, 비바람 딛고

푸른 풀, 푸른 꿈, 풀꽃, 빨갛게 피어났다

단기 사천이백팔십팔 년도

어렵사리 풀꽃 허리 폈다

이제 그 풀꽃 향기 터뜨렸다

이제 그 풀꽃 빛깔 도두보인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