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찧다가 / 성백군
절구통에서 몰매를 맞으며
하얀 살점이 짓이겨짐으로
진가를 드러내는 너
무슨 잘못이 그리도 크기에
겉옷 속옷 다 벗기고
발가벗은 알몸으로 부끄러울 짬도 없이
수렁으로 떨어져 바수어지는가
고통이 너무 심하면
눈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선혈마저 하얗게 바래어지는 것일까, 그럴수록
본색을 드러내며 지조를 지키는구나
형체가 사라졌으니 신원(伸寃)도 할 수 없고
억울한 사연이야 있으나 마나 지만
너의 그 톡 쏘는 향이 내 눈을 찌르니
너 대신 내가 울어줄 거나
조금만 고난을 겪어도
참지 못하고 튀어 오르는 내 혈기가
마늘과 함께 절구통에 바수어져 뭇 사람들에게
입맛을 돋우는 조미료나 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63 - 101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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