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체가 될 때 ..... 이 영 철 시인

작성자시산맥|작성시간26.06.19|조회수8 목록 댓글 0

피사체가 될 때 ..... 

 

 

 

 

꼬리를 무는 분주한 소음들 속에 적막을 채워가는 곳

 

시간의 질주 속에 곁의 공간을 번번이 놓쳐버리는 곳

 

도시에서는 누구도 밤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창문 밖으로 투과되는 광선검들의 불빛에

각도와 모서리가 싹둑 잘려 나간 구조물들처럼

존재를 알리기 위해 남아있는 나머지 일부는

차가운 눈길이어야 하고, 촉감도 없어야 한다

 

사각지대의 빈틈을 촘촘히 좁혀오는 불빛 아래서

텅 빈 가슴의 피사체가 되어가며,

얼마나 많은 곁과 겨를을 박탈당한 걸까

 

신의 눈을 밀어낸 뒤 어디에나 박혀 있는

머리 위 눈들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 아니다

 

사라짐의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기어오르며

딛음 발을 끌어당길 것 같은

어둠의 분화구 속으로 헛것들을 불러들인다

 

끔찍한 짐승이 물어뜯을 것 같은 불안과

심술궂은 유령이 숨을 멈추게 할 것 같은 공포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을 때의 고독을

나만의 만족으로 미화해 온 그동안의 비유법에

어둠의 색깔을 덧칠한다

 

밤의 깊이가 깊어 가면 갈수록

생기를 잃은 적막의 그림자가 몸을 무겁게

늘어트린 채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실물이 아닌 피사체에게도

중력의 법칙이 적용되나 보다

 

월간 모던포엠통권 264. 2025. 09, 74-75.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