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체가 될 때 .....
꼬리를 무는 분주한 소음들 속에 적막을 채워가는 곳
시간의 질주 속에 곁의 공간을 번번이 놓쳐버리는 곳
도시에서는 누구도 밤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창문 밖으로 투과되는 광선검들의 불빛에
각도와 모서리가 싹둑 잘려 나간 구조물들처럼
존재를 알리기 위해 남아있는 나머지 일부는
차가운 눈길이어야 하고, 촉감도 없어야 한다
사각지대의 빈틈을 촘촘히 좁혀오는 불빛 아래서
텅 빈 가슴의 피사체가 되어가며,
얼마나 많은 곁과 겨를을 박탈당한 걸까
신의 눈을 밀어낸 뒤 어디에나 박혀 있는
머리 위 눈들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 아니다
사라짐의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기어오르며
딛음 발을 끌어당길 것 같은
어둠의 분화구 속으로 헛것들을 불러들인다
끔찍한 짐승이 물어뜯을 것 같은 불안과
심술궂은 유령이 숨을 멈추게 할 것 같은 공포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을 때의 고독을
나만의 만족으로 미화해 온 그동안의 비유법에
어둠의 색깔을 덧칠한다
밤의 깊이가 깊어 가면 갈수록
생기를 잃은 적막의 그림자가 몸을 무겁게
늘어트린 채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실물이 아닌 피사체에게도
중력의 법칙이 적용되나 보다
월간 『모던포엠』 통권 264호. 2025. 09, 74-75.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