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야 할 길
새벽 두시 잠에서 깨어보니 혼자다
잠은 불 켜진 가로등처럼 생각에 잠기고
인적 끊긴 거리 끝이 바다에 가 닿는,
몸에서 걸어나온 잠이
검은 붓으로 화장을 한다
여름 끝자락으로 끌리는 샌들을 신고
발가락 사이 잠든 햇빛을 채워
빈 침대처럼 누워있는 밤거리를 질주하는,
나는 화살이다 아침이 되도록
수평선을 향한 촉 출렁이며 잠수하는,
나는 천년 그리움이다
출발하지 않고도 태평양 너머 너를 만나는,
나는 한없이 짠 눈물 속을 걷는
길이다.
*대담:
2년 넘게 얼굴 반을 가리고 긴 터널을 걸어왔다. 어디 나 뿐이었으랴.
몸보다 마음이 더 후줄근하다. 이 또한 어디 나 뿐이랴.
이제 위드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숨통은 트였지만 징검다리 건너듯 뜸해져버린
대면 행사의 즐거움이 예전만 못하다. 이즈음 한국에서의 공광규시인님의
안부를 받고 남가주의 맑은 하늘 아래서 박형진 시인의 ‘사랑’을
읊조릴 수 있음에 기운이 난다. 힘든 시간을 건널 때 시인을 격려하는 시인과
시인에게 힘을 주는 시가 있어 다행이다.
*안경라 약력:
『미주 중앙일보』로 등단 (1990). 제16회 ‘가산문학상’ 수상(2010). 제 1회 ‘해외풀꽃시인상’ 수상 (2018). 시집 <듣고 싶었던 말>, <아직도 널 기다려> 등. 재미시인협회 회장 역임. 현재 재미시인협회 이사장. 미주한국문인협회 이사. 《미주시학》편집주간.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