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온 긴 그림자
산 넘고 바다 건너 텅빈 벌판 여기까지
한 평생 늠름한 자태 한알 씨알* 이어라
파랑눈 할머니 손 꼭 잡고 가던 그 날
가슴에 소용돌이 눈물 지며 따라갔나
머나먼 이역 만리 고향생각 고이더니
바람결에 떨어져 척박한 땅 뿌리내린
의연한 여섯 그루 정든 땅 지키는가
나그네 구십년 세월 조선 그 얼 빛나리
* 느티나무 씨앗: 1938년경, 메리 그레이스 루이스가 한국 친구로 부터 받아 미국 펜실베니아주 랭캐스터시에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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