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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기의 방

마음을 여는 문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05.01.01|조회수100 목록 댓글 0
마음을 여는 문

김명규


시끌덤벙 박장대소하는 소리가 홀 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예닐곱이 둘러앉은 식탁에서 차를 들거나 남자들은 남은 술을 돌려가며 여흥을 즐겼다. 사십여 명의 문인들이 어젯밤 세미나를 마치고 이튿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헤어지게 될 식당에서였다. 한 식당에 모였지만 여기저기 놓여있는 식탁의 둘레로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그런데 한쪽에서 누군가의 조용조용한 말이 끝나면 곁에 있던 사람들의 웃음 폭탄이 터지곤 하였다. 나는 영문도 모르면서 고부라지게 웃는 모습만으로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들 옆 탁자에 바싹 붙어앉은 P씨와 나는 친한 사이여서 자리를 그 쪽으로 얼른 옮겼다. 웃음거리에 동참하고 싶어서였다. 술잔을 손에 기울 듯이 든 그 남자는 동화를 쓰는 신인작가라고 한다. 술기가 거나한 그가 주도권을 잡고 쉴새없이 지껄여 사람들을 웃기고 있었다.
"황당과 당황의 차이를 설명해 보실 분?"
그의 익살은 계속되어 사람들의 얼굴을 돌아보며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하는 이가 없자 글쟁이들이 그 정도는 알아두라며 스스로 답하였다. 그는 엄지 와 검지손가락으로 굴리던 작은 소주잔의 술을 홀짝 들이켰다. 황당이란 주차된 버스 뒤에 숨어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차가 출발해서 떠나는 것이고, 당황은 멈춰 선 버스 뒤에서 일을 보고 있을 때 느닷없이 차가 후진해 버리는 것이여….
그의 말이 끝나기가 바삐 누군가 옆에서 딸아 놓은 술잔을 꼴깍 하며 원 샷으로 들이켰다. 거미 꽁무니에서 실을 뽑듯 그의 얘기는 끝없이 풀려 나왔다.
구천동 촌놈이 처음으로 서울을 갔더란다. 돌아와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말이 중국음식점에 가서 '신속배달'을 시켜 먹었는데 엄청 맛있는 것을 우리 동네 짜장집에선 재료가 비싸 못 만들 것이라고 우겨대어 친구들과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이야기를 듣던 친구들이 지고 말았다고 한다. 말하는 동안 코믹한 그의 얼굴 표정은 개그맨을 방불케 하였다.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것도 재능이다. 어떤 자리에서든 여러 명이 모이다 보면 그 중에는 명랑하고 입담이 좋은 이가 한 명쯤은 꼭 있다. 그럴 때면 그 만남은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유쾌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에게든 인기가 좋다. 성격도 모나지 않고 원만한 사람일 것이다. 사람이 하루에 쉼 없이 삼십 초를 웃게 될 때 이틀의 생명이 연장된다고 하는 학설이 의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웃음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미소, 고소, 홍소, 냉소, 조소, 실소 등. 그리고 그것은 신체적 자극에서, 기쁨과 우스꽝스러움에서, 겸연쩍음과 연기로서 오는 것이다. 배를 움켜쥐고 웃을 때 몸이 흔들리므로 머리는 앞뒤로 끄덕여지고 아래턱은 상하로 흔들리며 입이 크게 벌어진다. 싱글벙글 웃는 것은 만족감을 나타내고 능글능글 웃는 것은 비밀을 감추고있는 것이며 히죽히죽 웃는 것은 악의를 나타낸다. 또한 깔깔거리는 웃음에는 기품이 없고 큰소리로 웃는 것은 대범함이 엿보인다. 사람은 청년기 이후가 되면 유머가 발달하는데 유머는 자기를 객관시하고 웃음의 자료를 제공하려는 마음에서 생긴다.
나는 올해 새해 인사로 "웃고 살자." 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인사를 받던 사람마다 웃을 일 좀 제발 생겼으면 좋겠다는, 어두운 얼굴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을 보면 거의가 무표정하다. 하루하루 삶이 얼마나 힘겨운가를 말하는 듯하다. 길가에서 붕어빵을 굽는 중년의 아저씨도 노점의 생선을 파는 아주머니도 울상이다. 서민들 살기가 어려워져서 그들이 찾던 노점에도 발길이 뜸하다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 중에서는 웃음은 예술이며 식자들의 마음이 열리는 세상의 문이라고 하였다. 어느 기업의 광고 멘트 중 아빠가 다니는 회사가 잘 되어야 우리 어린이들이 밝게 웃을 수 있다 라고 외친다. 그 웃음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펑펑 눈물을 쏟아낼 최루성 드라마로든, 자지러지는 한바탕 웃음으로든 이 맹맹한 가슴 속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고 싶다. 문득 그때의 동화 작가를 만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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