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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진과 음악

김치 옆에서 / 신 진 (辛 進 )

작성자徐無鬼|작성시간26.02.23|조회수60 목록 댓글 0
생짜 사람의 맛



<기계 같은 합목적성과 야수의 약육강식에 길든 오늘의 삶에 부치는 시>


김치 옆에서
신 진


무도 배추도
타고난 그대로가 맑고 감치는 맛이다마는
풍진세상에는 그로서 구실 못 하느니

우선 소금에 절여야 한다
짠물에 적셔 풀을 죽여놓은 후에
소쩍새 우는 소리 먹구름 천둥 우는 소리
절이고 삭혀 맛을 들여야 한다
드디어 때깔 좋은 행셋거리가 된다

하지만 갖춘 김치 맛을 음미할 때면
무 배추
그 타고난 맛이 그리울 때 있다
소금 한 점 묻히지 않고 양념 내 맡은 적 없는
화장기 없는 본디의 맛

그런 맛 나는 사람 있을까
내일이 없을 듯한 깊은 밤
어느덧 문살 구석구석 배어드는 새벽빛 같은
소금기도 물 내도 배지 않은 본디 무 배추 같은
아련하여라 맑고 따사로운 감칠맛
더럼 타지 않은 생짜 사람의 맛

26. 2월 월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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