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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의 시

뱀 1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02.11.01|조회수84 목록 댓글 0

뱀 1




전근대적인 꿈을 꾸었지.
진리에 약한 나는
허물을 벗어버리고 문득
대들보에서 내려왔었지.
양귀비꽃이랑 작약꽃이 빠알간
꽃밭에 들어가니
웬 일로 꿈이 그립지 않고
시암 가의 석류나무 가지 사이로
흰 햇발이 걸려 울고 있었지.
풀밭이 보고 싶었지.
풀밭을 맨살로 달리는
이쁜 쥐 새끼들이 사륵사륵 보고 싶었지.
지붕 위에서는
가문의 허무한 호령
내 허물은 옷고름처럼 바람을
날리며 있었지.
꽃들이 노려보더군.
돌과 돌이 이빨 허옇게 빛내며
불 번뜩이며
나를 쫓아오더군. 쫓아와
내리찍더군. 아픔 위에 아픔을
내리찍더군.
비틀거리며 찾아든 그늘에는
빠알간 바다가 원한으로 꿈틀거리고
벌어진 입 속에서는
한꺼번에 꽃잎이 쏟아져 나왔고
온몸 위에 소금과 목마름이 빗발치고
빗발치고 있었지.
일국의 태양이 서쪽으로 가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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