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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깨를)‘걸다’로 혼동하는 '겯다'라는 단어를 아세요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4.06.21|조회수3,771 목록 댓글 1

  혹시 (어깨를)‘걸다’로 혼동하는 '겯다'라는 단어를 아세요

 

      강 인 한

 

 

 

 

   오늘 사당역 반디서점에 들렀습니다. 여름호 계간지가 앞다투어 진열돼 있었습니다. 마침 어느 잡지에서 「돌의 뼈」라는 시를 대하고 그 시인이 나와는 동향의 안면이 있는 분이라 호감을 가지고 읽어 보았습니다. 혹시 내가 잘못 읽었나 싶어서 두 번, 세 번 되짚어 읽어 보았습니다. 매끄럽게 나가다가 번번이 툭 발길에 차이는 돌부리 같은 그 부분만 여기 옮겨 봅니다.

 

      돌벽 틈새로 혹은

      경사진 돌바닥 배수구 따라

      물과 풀과 흙이 들고날 때마다

      돌들은 어깨를 걸고 몸을 붙였을 게다

 

   내가 잘못 읽었나 하고 다시 봐도 틀림없는 ‘어깨를 걸고’입니다. 돌들이 가로세로 짜 맞추듯이 얽혀 있다는 뜻으로 돌들이 ‘어깨를 걸고’라고 표기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걸다’란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걸다 01

「형용사」

「1」흙이나 거름 따위가 기름지고 양분이 많다.

「2」액체 따위가 내용물이 많고 진하다.

「3」음식 따위가 가짓수가 많고 푸짐하다.

「4」말씨나 솜씨가 거리낌이 없고 푸지다.

「5」((‘-게’의 꼴로 쓰여)) 푸짐하고 배부르다.

걸다 02

「동사」【…에 …을】

「1」벽이나 못 따위에 어떤 물체를 떨어지지 않도록 매달아 올려놓다.

「2」자물쇠, 문고리를 채우거나 빗장을 지르다.

「3」솥이나 냄비 따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 놓다.

「4」기계 따위가 작동하도록 준비하여 놓다.

 

   앞뒤 문맥으로 보니 ‘걸다’가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로 쓰인 게 분명합니다. 동사 ‘걸다’라 해도 이 시에 쓴 ‘돌들은 어깨를 걸고’가 석연치 않습니다. 아예 ‘걸다’가 아닌 관용구 ‘어깨를 겯다’를 사전에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관용구] 어깨를 겯다

같은 목적을 위하여 행동을 서로 같이하다.

 

[예문] ‘겯다’의 세 가지 쓰임

마당에 골골 알을 겯고 다니는 씨암탉으로 눈이 갔다.   _출처: 송기숙, 암태도 (표제어:겯다3)

때에 겯고 기름에 결은 작업복 (표제어:겯다1)

병화는 막걸리에 결은 사람 같은 거센 목소리로 이런 수작을 하였다.   _출처: 염상섭, 삼대 (표제어:겯다1)

종이를 기름에 겯다 (표제어:겯다1)

장판지를 기름에 겯다. (표제어:겯다1)

손에 결은 익숙한 솜씨. (표제어:겯다1)

대오리로 바구니를 겯다 (표제어:겯다2)

담은 기다란 싸리와 참나무 가지로 돗자리 겯듯 결은 것이었다.   _출처 : 이광수, 흙 (표제어:겯다2)

어깨를 겯다 (표제어:겯다2)

총을 결어 세우다 (표제어:겯다2)

 

*우리말 바로 쓰기

‘대, 갈대, 싸리 따위로 씨와 날이 서로 어긋매끼게 엮어 짜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의 기본형은 ‘겯다’입니다. ‘겯다’는 ‘결어, 결으니, 겯는’과 같이 활용합니다. 대오리로 (결어, 결으니, 겯는…)

 

겯다1[겯ː따]

[동사]

1.기름 따위가 흠씬 배다. 또는 그렇게 하다.

2.일이나 기술 따위가 익어서 몸에 배다.

 

겯다2[겯ː따]

[동사]

1.대, 갈대, 싸리 따위로 씨와 날이 서로 어긋매끼게 엮어 짜다.

2.풀어지거나 자빠지지 않도록 서로 어긋매끼게 끼거나 걸치다.

3.실꾸리를 만들기 위해서 실을 어긋맞게 감다.

 

겯다3[겯ː따]

[동사] [같은 말] 알겯다(암탉이 알을 낳을 무렵에 골골 소리를 내다).

 

                                                  *

 

   꽤 장황하게 알아봤습니다. 결국 저 시 「돌의 뼈」에서 ‘어깨를 걸고’에서 ‘걸고’는 ‘겯다2’의 뜻으로 쓰인 것인 바, ‘어깨를 겯고’라고 써야 바릅니다. 다시 바르게 고쳐 써보면 이렇습니다.

 

      돌벽 틈새로 혹은

      경사진 돌바닥 배수구 따라

      물과 풀과 흙이 들고날 때마다

      돌들은 어깨를 겯고 몸을 붙였을 게다

 

 

                   (2014.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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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호준 | 작성시간 14.06.23 좋은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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