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심훈(1901∼1936)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定을 머리로 드리받아 올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 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1930. 3. 1)
인경[人定]
1.[역사] 조선 시대에 통행금지를 알리거나, 해제할 때 치던 종.
2.[불교] 절에서 시각을 정해 놓고 치는 종. 아침에 33번, 낮에 12번, 밤에 28번 종을 침.
육조(六曹)
오늘날 행정각부 해당하는 조선시대의 중앙 행정기관. 각 조의 기관장은 정2품 판서로 오늘날 장관에 해당한다.
세종로는 원래 육조 관청이 들어 있는 관청가로 육조거리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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