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
박상수
‘언니20만요’
어떻게 알까? 알람을 맞춰놓은 걸까? 내 월급날을 어떻게 후배 1이…… 니가 멋대로 빌려간 재정학 연습이랑 텀블러랑 그건 아직도 도착을 안 했지 입맛은 오래전에 떨어져버렸다 (뭐지 뭐가 아까부터 나를 훑어) ‘자기 일은 자기가’, 답장을 보내려다가 그만 다른 아저씨한테 전화를 했어
(…)(…)(…)
4일 내내 이런 피드백 처음
입을 다물고 쓰레기봉투를 묶었지 관절을 덜컹대다가 창고에서 뒹굴 뻔했어 아, 즙이 많은 이런 덩어리를! 나도 모르게 노이즈 레벨을 올렸다가 껐다 학교에서 이런 걸 배우면 좋겠어 컵라면 국물 안 묻히고 봉투 묶는 법, 먹은 자린 지가 닦는 법, 대신 아저씨에게 배웠지 여기서 배운 모든 게 니 재산이야, 점장 아저씨는 말했다 물에 빠진 사람은 1분만 늦어도 죽으니까 물에 빠진 사람처럼 살라고 했어 그게 열 달이 되고 삼 년이 되면 내가 물에 빠진 애들을 부리면서 살 수 있다는 말
뭘 찍고 좀 주고, 다시 받고 담아 주고, 좀 닦고 채워 넣다가 나는 알았어 지난달에도 이틀이나 늦게 줬었구나, 그래도 주는 건 주는 거지, 그때도 아저씨는 말했다 내 재산은 자꾸자꾸 불어나 버려서, 요즘 제일 웃긴 건 버스 놓치고 퉁탕거리며 따라오는 늙은이들, 그거 보는 거(그만 거기서 훑지 좀!)
‘오늘은만날수 있는거지?애들다기다려’
‘어쩌지레포트가밀렸어’
동기 2에게 답장을 보냈다 주정뱅이도 안 믿을 그런 답장, 빌린 책에서 너무 긴 남의 머리카락을 발견한 것처럼 살짝 쏠렸지만 괜찮다 아직까진 맨 정신으로 살 수 있잖아, 핸드폰 거울로 피부톤을 확인하며
한 줄 김밥이랑, 훈제 통닭, 담배랑 막걸리랑
집히는 대로 봉투에 담아
문밖, 아까부터 나를 훑어보던 아저씨한테 갖다줬지
단골 개거지 아저씨
그리고 내 소원을 말했다
가서 그냥 죽어요
오늘 포텐셜 최고
—《현대시》201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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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 1974년 서울 출생. 2000년 <동서문학>으로 시 등단. 2004년 <현대문학>으로 평론 등단.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시집 『후르츠 캔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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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도시의 어느 패스트푸드 지점.
나오는 사람들; 일하며 가끔씩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날리고 또 받기도 하는 아르바이트 여학생.
이 글 밖에 있는 후배 1, 동기 2.
점장 아저씨, 손닙들, 단골 개거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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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가 돌아간다 Sick Fuck Sick Fuck
황병승
엔초 페라리를 타고 터널을 놀라게 하고 싶다 늙은이들은 울어서 짜증이 나겠지
태어나는 것처럼 나쁜 짓은 없다 친밀감 그것은 변장한 악에 불과하다 나는 아가들을 악질이라 부른다
어둠 속에서, 그녀가 서둘러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전히 나체가 되어 침대 위로 쓰러졌다 나는 외투의 단추조차 풀지 않은 채로 그녀의 알몸을 내려다보았고 '잘 자'라고 말했다 잘 자…… 그러자 그녀가 담요를 끌어와 가슴과 아랫도리를 감추며 나와 자기 자신, 두 사람에게 동시에 배반당한 사람처럼 말했다
'그래, 좋아'
내 거시기에선 언제나 식초 냄새가 난다 나는 그 냄새를 고스란히 느끼며 극장 쪽으로 걸었다 길에서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인 반달 얼굴을 만났다 반달 얼굴이 내게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나중에 한잔,을 끝으로 돌아서며 나는 그가 모든 면에서 별 볼일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네는 만 레이 필름을 본 적이 있나?
—그렇습니다 선생님
—그렇다면 자네의 필름은 만 레이를 베낀 거로군
—그렇습니다 선생님
—부끄러운 줄 알게
—그렇습니다 선생님 저는 제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안겨주고 싶었습니다
—집에 불가사리를 가져오지 말아요
—왜지?
—그건 보시다시피 조금도 예쁘지가 않아
—집에도 예쁜 건 없어
대화가 멈추자 대화가 시작되었다 침묵 속에서
sick fuck sick fuck……
이집트의 한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못을 먹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못을 주었고 그들은 그것을 먹어야 했다 때때로 아내와 아이들이 그것을 삼키지 못하고 뱉어낼 때면 남자는 상심했고 당겨진 끈처럼 분노가 치밀었다
팽팽해진 산책로를 따라 그녀가 울부짖으며 달려나갔다 나는 제자리에 서서 그녀가 나로부터 멀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래,를 말하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죽은 조랑말 냄새
언덕 위에 엎드려 하루 종일 풀을 뜯고 싶다 부디 한가롭게 끈이 풀린 것처럼 언덕이 슬슬 검은 배를 보여줄 때까지
아이들은 갑자기,의 세계에 살면서 뛰고 달리고 소리친다 그곳에서 아이들을 끄집어내는 순간 그들은 반쯤 죽어버린다
사라지는 것, 그렇군, 웃음은 항상 사라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구멍 밖으로
—태어나는 건 역시 안 좋은 거야
—그러니까…… 너는 그게 싫은 거야?
마술이 기다리고 있다
인생의 삼분의 일을 꿈속에서
피가 굳어가지
코딱지처럼
—시집『트랙과 들판의 별』 (2007,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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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승 / 1970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창과 추계예대 문창과 명지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2003년 《파라21》신인문학상 당선.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트랙과 들판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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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승의「회전목마가 돌아간다 Sick Fuck Sick Fuck」와 박상수의「월급날」의 비교
* 비슷한 희곡 풍의 스타일이다.
* 필자가 황병승, 박상수 각각 다른 사람들이다.
* 황병승의 것은 뼈아픈 깨달음을 바탕으로 하고, 박상수의 것에는 상황만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