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요즘 내 문제는」감상 / 최정례
요즘 내 문제는
김경미(1959~ )
한강철교 위 자살소동자처럼, 갓 스물의 미니스커트처럼
아슬아슬하지 않은 것
박살, 자주 나거나 자주 내는 것
—나는 지금 거리를 걷고 있지만, 대체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염소처럼 종이를 우물대고
있지만,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물속 잉크처럼 번져 흐려지면서도 손목시계
처음 갖던 날을 기억하는 것 밤바다 앞의 파도들
상실되지 않는 것
—마음먹고 심어도 피지 않을 수 있고
무심코 꽂아 놓은 버들이 그늘을 이루기도 한다*
언제쯤 나는 나무가 나뭇잎한테 하듯이 할 것인가
————
* 중국 고전 「현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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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철교에 올라가서 자살소동을 벌이는 사람은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모르니까 그러는 것이다. 내 차가 박살났을 때도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했다. 내가 마음먹고 하는 일과 무심코 하는 일, 그것들의 결과는 내 뜻대로가 아니었다. 지금 내가 흔들리고 있는 이 자리가 어디쯤인지 나는 모른 채 가고 있는데, 나무가 나뭇잎을 시켜 그늘을 드리우듯이, 그럴 날 오기는 올 것인지?
최정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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