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의 「하늘강아지」감상 / 최정례
하늘강아지
김혜순(1955∼ )
따뜻하고 부드러워.
마시멜로 같아.
맥박은 작고 빠르고.
방심한 눈앞으로 퍼뜩 지나가버리고 말아.
그 작은 분홍 입속에 손가락을 넣을 수 있을지도 몰라.
이 세상에서 제일 부드러운.
너무 부드러워 껴안을 수조차 없는.
늘 아침엔 우유 한 접시를 부엌에 놔둬야 할걸.
저것 좀 봐 잠들면 저렇게
안개 공처럼 동그랗게 몸을 말잖아.
조심해 입김 한 방에도 사라질지 몰라.
나 그거 안고 싶어서
해 뜰 때 새털구름 같은 몸살!
물끄러미 바라보면 부엌문 앞에
투명한 작은 공 한 개처럼 맺힌 것.
어쩌면 내 몸에서 나 몰래 나온 것일지도 몰라.
어쩌면 하늘에서 내 부엌까지 내려온 걸까?
나 태어나기 전 너무 가벼워 구천을 날던 그것,
나 데려가려고 다시 온 그것?
세상에서 제일 가벼운
하늘강아지.
또 눈앞을 퍼뜩
지나가네.
---------------------------------------------------------------------------------------------------
우리 감각으로는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 너, 너무나 부드럽고 너무나 가볍고 너무나 빨라서 알 수 없는 너, 내 몸에서 나 몰래 뛰쳐나온 너, 구천을 떠돌다 나 보려고 내려온 너, 땅강아지도 아니고 그냥 강아지도 아니고 하늘강아지. 시인의 임무는 이렇게 자신의 상상력으로 다른 이에게도 빛줄기를 던지는 것, 우리가 보고 싶은 세계를 잠깐이나마 이렇게 그려주는 것.
최정례 (시인)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