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의 「음악은 당신을 듣다가 우는 일이 잦았다」감상/ 이혜원
음악은 당신을 듣다가 우는 일이 잦았다
이현호
집 밖을 나서지 않는 음악과 동거하다 보면 문득
어떤 이름이 입술에 와 앉는다
몸을 통과해간 음(音)들과 귓속에서 길 잃은 음들 사이
고산병을 앓는 밤
음악은 이름을 발명한다
불타는 관(棺)을 강물에 띄워 보내듯이 어떤 율동을 빌리지 않고는 발음 못할 말이 있다
영원히 사랑하기 위해선 부재를 먼저 사랑해야 하듯이
마음의 볼륨을 줄이고 싶을 때
한 이름을 흥얼거리다 보면 다 지나가는 이 새벽
당신을 길게 발음하면 세상의 모든 음악이 된다
기도를 사랑하는 사람은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길 바라고
우리는 음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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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먼저였을까, 당신이 먼저였을까. 집안에서 꼼짝도 않고 음악에 젖어있으면 ‘어떤 이름’이 자꾸 다가온다. 온몸을 채운 음들에 고산병처럼 나른해지는 지경이 되면 음악의 율동을 타고 그 이름은 출현한다. “음악은 이름을 발명한다”. 당신은 부재하지만 당신의 이름은 음악과 함께 영원할 듯 지속된다. 당신을 보고 싶은 마음의 볼륨은 줄이고 음악의 볼륨을 높이면 당신은 ‘이름’으로 “세상의 모든 음악이 된다”. 기도를 사랑하는 사람은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길 바란다. 영원히 사랑하기 위해 “우리는 음악을 울린다”.
이혜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