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의「빗방울」감상 / 장석주
빗방울
오규원(1942~2007)
빗방울이 개나리 울타리에 솝-솝-솝-솝 떨어진다
빗방울이 어린 모과나무 가지에 롭-롭-롭-롭 떨어진다
빗방울이 무성한 수국 잎에 톱-톱-톱-톱 떨어진다
빗방울이 잔디밭에 홉-홉-홉-홉 떨어진다
빗방울이 현관 앞 강아지 머리통에 돕-돕-돕-돕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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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때는, 파초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 들으며 낮잠을 잘 때다. 파초 잎의 빗소리를 들으며 파초 꿈을 꾼다. 빗방울은 어디에서나 노래하고 춤춘다. 당신은 빗방울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자, 가만히 귀 기울여 보라. 개나리 울타리에서 솝-솝-솝-솝, 어린 모과나무 가지에서 롭-롭-롭-롭, 무성한 수국 잎에서 톱-톱-톱-톱, 잔디밭에서 홉-홉-홉-홉, 강아지 머리통에서 돕-돕-돕-돕 하고 빗방울들은 실로폰 두드리듯 그것들을 두드리며 노래한다. 귀 밝은 시인 덕분에 들을 수 없는 비의 노래를 듣는다.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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