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환의 「미친 교실」 감상 / 김선태
미친 교실
이봉환
“씨팔년아 뭐 어쩌라고, 어쩔건데?”
이어폰을 꽂은 학생이 욕을 하며 대든다.
여교사는 다리가 후들거려 교탁을 짚는다.
자식보다 어린 저 고딩 녀석을 어쩌랴.
참을 수 없는 수모를 견뎌내며 겨우겨우
“너 공부하러 왔어, 음악 들으러 왔어?”
라고 묻는 그녀 목소리가 캄캄하게 떨린다.
녀석은 교실 바닥에 침을 탁, 내뱉는다.
“뭐라고 하냐? 저 씨팔년이”라며 빈정거린다.
“당장 밖으로 나가!” 교사는 비명을 지른다.
본드 흡입처럼 흐리멍덩해진 눈을 좍 찢으며
반 친구들을 휘, 둘러보고 난 학생은 말한다.
“얘들아, 저년이 나보고 나가란다? 지가 나가지”
그녀는 절망마저 놓아버리고 그만 주저앉는다.
뿌연 형광등이 미친 교실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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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환 / 1961년 전남 고흥 출생. 전남대 졸업. 1988년 《녹두꽃》에 「해창만 물바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 『조선의 아이들은 푸르다』『해창만 물바다』『내 안에 쓰러진 억새꽃 하나』『밀물결 오시듯』. 현재 해남에서 교사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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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끔찍하다. 차마 믿기 어렵겠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학교 교실의 현주소다. ‘군사부일체’,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던 선생의 위상은 땅바닥에 추락한 지 오래이다. ‘자식보다 어린’ 학생 녀석이 어머니 같은 여교사에게 ‘씨팔년아’ 쌍욕을 퍼붓는다. 심지어 교사의 멱살을 잡거나 흉기로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선생에게 이렇게 하는 녀석들이라면 제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마디로 후레자식들이다. 이러니 선생질 못 해 먹겠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그렇다고 학생들만 나무랄 수는 없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인성교육이나 적성교육을 내팽개치고 오로지 살벌한 경쟁만을 부추기는 입시 위주 교육이 그 주범일 터이다. 아, 이 나라의 교육이 ‘절망마저 놓아버리고 그만 주저앉는다.’
김선태 (시인·목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