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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에세이

송찬호의「고래의 꿈」감상 / 백인덕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5.12.20|조회수3,150 목록 댓글 0

송찬호의「고래의 꿈」감상 / 백인덕

 

 

고래의 꿈

 

   송찬호

 

 

나는 늘 고래의 꿈을 꾼다

언젠가 고래를 만나면 그에게 줄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도 키우고 있다

 

깊은 밤 나는 심해의 고래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들이 동료를 부르거나 먹이를 찾을 때 노래하는

길고 아름다운 허밍에 귀 기울이곤 한다

맑은 날이면 아득히 망원경 코끝까지 걸어가

수평선 너머 고래의 항로를 지켜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한다 고래는 사라져버렸어

그런 커다란 꿈은 이미 존재하지도 않아

하지만 나는 바다의 목로에 앉아 여전히 고래의 이야길 듣는다

해마들이 진주의 계곡을 발견했대

농게 가족이 새 뻘집으로 이사를 한다더군

봐, 화분에서 분수가 벌써 이만큼 자랐는걸……

 

내게는 아직 많은 날들이 있다 내일은 5마력의 동력을

배에 더 얹어야겠다 깨진 파도의 유리창을 갈아 끼워야겠다

저 아래 물밑을 흐르는 어뢰의 아이들 손을 잡고 쏜살같이 해협을 달려봐야겠다

 

누구나 그러하듯 내게도 오랜 꿈이 하나 있다

하얗게 물을 뿜어올리는 화분 하나 등에 얹고

어린 고래로 돌아오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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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밑이다. ‘꿈’을 말하기보다 ‘후회와 반성’의 담론이 물결을 이룰 것이다. 시의 3연에서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고래는 사라져버렸어/그런 커다란 꿈은 이미 존재하지도 않아” 하면서 쓰디쓴 술잔을 들이킬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꿈이란 살아 숨쉬는 매 순간, 어느 곳에서나 밝은 그림자처럼 동행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바슐라르는 “세계의 규모와 차원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꿈을 꿈이라 할 수 있을까, 진정 시인의 꿈이라 할 수 있을까” 이 밤에도 되묻고 있다. 내일이나 모레쯤 만날지도 모르는 나만의 ‘고래’에게 줄 ‘새해 선물’을 상상해 본다.

  백인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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