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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에세이

안도현의「너에게 묻는다」감상 / 권순진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6.03.02|조회수2,643 목록 댓글 1

안도현의「너에게 묻는다」감상 / 권순진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시집『외롭고 높고 쓸쓸한』(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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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시집 한권 사서 읽지 않은 사람도 이 시를 모르지는 않겠다. 시의 제목을 ‘연탄재’라고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지 싶은 이 짧은 시는 시인이 90년대 초 제 스스로 뜨거운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가슴 깊숙이 넣어 두고 살 당시, 그러니까 전교조 해직교사 시절의 작품이다. 안도현은 그의 시작노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첫 줄의 명령형과 끝 줄의 의문형 어미가 참 당돌해 보이지요? 밥줄을 끊긴 자의 오기 혹은 각오가 이런 시를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 시의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따지듯이, 나무라듯이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화자는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함부로 말할까 하고 생각해 보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 시를 볼 때마다 제목을 고칩니다. '나에게 묻는다'라고요.”

 

 지금은 때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지만 과거의 연탄은 겨울철 난방과 취사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우리나라에서 석탄을 처음 사용한 시기는 대략 19세기 말쯤으로 추정된다. 1896년 서울에서 석탄을 판매했다는 기록이 있다. 1960년대에는 도시의 거의 모든 가정에서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였고 집집마다 아궁이와 굴뚝이 있었다. 사실상 1970년대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대부분의 아파트도 연탄으로 보일러가 가동되었다. 연탄불을 꺼뜨리지 않으려고 늘 조바심을 쳤다. 탄이 거의 타고 화력이 약해질 때를 맞추어 갈아줘야 하는데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한밤중에도 잠을 설쳐가며 연탄불을 돌봐야 했으며, 만약 타이밍을 놓쳐 불을 꺼뜨리면 정말 큰일이어서 이웃에 밑불을 구하러 다니거나 착화탄을 사다가 온통 연기를 피우는 수선을 떨어야 했다.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 이 여인을 돌로 쳐라" 간음한 여인을 앞에 두고 바라사이 사람들에게 하신 예수의 어법으로 시인은 우리들 위선의 무리에게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고 골고루 묻고 있다. 시인의 말마따나 각자 알아서 스스로에 대한 물음으로 고쳐 들으면 된다. 우리 가운데도 마치 의인인 것처럼 '연탄재' 함부로 걷어차는 사람이 있다. 얼핏 용기 있는 자의 강단 있는 행동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발길질은 아무 것에나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다. 시인은 더 이상 쓸모없는 연탄재에서 단박에 사랑의 극치를 읽어내었으므로, 같은 시집 속「연탄 한 장」이란 시에서의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란 말조차 사족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 자체가 바뀌기를 바라지만 진짜로 바뀌어야 할 것은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라는 지당한 말씀을 환기하는 동시에 나는 이 '연탄재' 시를 통해 지금의 필리버스터 정국을 들여다 본다. 정부 여당은 이 정국을 야당이 국회를 마비시키면서 나라를 망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회가 언제 이처럼 활활 타오른 적이 있었던가. 밤낮으로 불길이 꺼지지 않고 이어졌던 적이 있는가. 마비가 된 건 오히려 독소조항 자구 하나도 손댈 수 없다는 저들의 큰 간덩어리와 양심이 아닌가. 지겹다 무조건 이제 그만하라고 소리치는 이들은 감히 단언컨대 무지하거나 자신의 안위만을 도모하거나 이기로 똘똘 뭉쳐진 사람이리라.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네크라소프의 시구가 3.1절 신새벽에 뇌리를 스친다. 역풍을 우려해 빈손으로 발을 빼겠다고 결정한 야당의 비대위도 참 딱하다. 종편채널에 낚이고 굴복당한 그들이 맞을 또 다른 역풍이 우려된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권순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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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명숙 | 작성시간 19.12.27 연탄가스와 동치미 골목 비탈길 얼음판 그리고 하얀 연탄재, 생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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