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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에세이

강인한의 「열차가 지나가는 배경」해설 / 동시영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6.03.04|조회수444 목록 댓글 1

강인한의 「열차가 지나가는 배경」해설 / 동시영

 

 

열차가 지나가는 배경

 

  강인한

 

 

 

벚나무가 서 있고

그 아래 그가 기다리고 서 있었다

지나간 청춘처럼 등뒤로 열차가 지나갔다

벚나무 가지에는 잘 익은 바람이 찰랑거리고

바람들은 여기저기 작은 파문을 일으켜 잎을 떨구고

여름 가고 가을이 갔다

벚나무 아래

벚나무의 그림자처럼 그가 서 있었다

한 떼의 소란스런 눈보라가 스쳐가고

이른 봄 파아란 강물이 벚나무에서 흘러나왔다

벚나무에서 나온 강물은

그 일대의 쓸쓸한 배경을 적시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강 건너로

쓸쓸한 배경처럼 청춘이 지나갔다 어느 날은

비를 맞으며 벚나무 아래 강둑에 그가 서 있었다

벚꽃이 피고 파아란 강물 위로 문득

새가 날아올랐다 눈이 예쁜 작은 새 한 마리

벚꽃 흰 그늘에 다리 오그려 쉬고 있었다

입술 붉은 물고기들이 웃으며 강물에서 뛰어올라도

벚나무 아래 그는 오지 않았다

봄 가고 다시 여름이 오고

강이 마르고 벚나무 이파리가 떨어지기 시작하였고

벚나무는 제가 누구를 기다리는지 알 수 없었다

서쪽 하늘 붉은 강 위에

벚나무 검은 그림자가 떠서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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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한의 시는 화려하고 사치스럽다. 때론 정교한 세공을 한 액세서리 같기도 하다. 가끔은 알함브라 궁전, 아벤세라헤스의 천장 같기도 한 시적 세공이 빛을 반사하고 있다. 「열차가 지나가는 배경」에도 그 같은 특징이 들어 있다. 이 시에는 강둑에 벚나무가 있는 강변 공간이 반복적으로 이야기 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보여 주는 동일 공간이 반복적으로 이야기 되면서 그 안에 있는 그와 환경, 느낌은 변화되고 있다. 밝음에서 어두움으로 가는 빛을 받고 있는 모네의 수련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동일 공간 속에서 변화하는 반복이 시의 구조를 만든다. 차이나는 것만이 다시 반복되어 돌아오고 있다. 단순한 반복을 넘어서는 변화의 운동성이 흐르고 있다.

 

   "벚나무가 서 있고 /그 아래 그가 기다리고 서 있다". 기다리고 있지만 목적어가 없다. 없는 무얼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도 시가 그리는 환경으로 보아 힘 있는 기다림이다. 사실 , 기다림은 모든 삶의 원동력이며 목적이 아닌가?

 

  "지나간 청춘처럼 등 뒤로 열차가 지나갔다"에 오면 등 뒤로 지나간 청춘을 배경으로 하고 앞으로 끌어 낸 열차가 지나가는 풍경이 감각적 은유를 건져 올리고 있다. "잘 익은 바람"도 표현의 경계 영역을 넘나드는 새로움이 있다. 과일도 곡식도 아닌 바람이 잘 익었기 때문이다.

 

   다시 또 "벚나무 아래/ 벚나무의 그림자처럼 그가 서 있는" 같은 공간이 반복되고 있다. "이른 봄 파아란 강물이 벚나무에서 흘러 나왔다"에 오면 환상성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초봄의 연둣빛 잎물결을 파아란 강물 같다 하는, 경계를 넘는 환상성이 경계 속에 갇히는 답답함을 넘어가고 있다. 환상성은 현실이 가지는 경계의 한계성을 시원하게 걷어치우는 예술의 즐거움, 여기선 시 쓰기의 즐거움이다. 샤갈풍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는 시의 말들이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 허물기가 신나게 시작되고 있다. 샤갈은 시인이란 별명을 가지기도 한 화가였다 하는데 어쨌든 샤갈을 읽게 하는 시의 길목이 꿈, 상상, 추억, 초현실의 등을 타고 유유히 가고 있어 흥미롭다. 시 속의 화자는 읽고 있는 청자에게 풍요로운 환상과 초현실을 들려주고 있는, 샤갈의 < 누워 있는 시인 >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어느 날은 비를 맞으며 벚나무 아래 강둑에 그가 서 있었다"로 다시 반복의 유희를 보여주다가 "입술 붉은 물고기들이 뛰어올라도/ 벚나무 아래 그는 오지 않았다"로, 그가 있는 공간의 반복은 모두 끝난다. 시간은 흘러 "벚나무는 누구를 기다리는지 알 수 없었"고 "서쪽 하늘 붉은 강 위에 / 벚나무 검은 그림자가 떠서 흐르고 있었다" 로, 보이는 반복의 막이 내려지면서 그도 벚나무도 더 이상은 보이는 반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지금도 그들은 쓸쓸한 배경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만 흐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동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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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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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생강나무 | 작성시간 16.03.04 정곡을 찌르는 평론이랄까요.^^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연에서 와락 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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