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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보르스카의 「우리가 없는 이튿날에」감상 / 강인한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6.05.12|조회수766 목록 댓글 1

쉼보르스카의 「우리가 없는 이튿날에」감상 / 강인한

 

 

우리가 없는 이튿날에

 

   쉼보르스카 (1923~2012)

 

 

아침에는 안개가 끼고 서늘하겠습니다.

서쪽에서 비구름이 몰려와 사야가 흐려지겠습니다.

도로는 미끄럽겠습니다.

 

한낮에는

북쪽에서 다가오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곳에 따라 점차 날씨가 개는 곳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강한 돌풍이 불어와

천둥 번개가 칠 수도 있겠습니다.

 

한밤중에는

전국에 걸쳐 화창한 날씨를 보이겠습니다만,

남동부 지방에서는

곳에 따라 비가 내리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기온은 급격히 떨어지고, 기압은 오르겠습니다.

 

내일은

대체로 날씨가 맑겠습니다만,

여전히 살아 계신 분들에겐

우산이 유용하겠으니

외출 시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열한 번째 시집『콜론』(2005년)에 수록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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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1923년 7월 폴란드 서부의 작은 마을 쿠르니크에서 태어났고, 1996년 일흔셋의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9년 뒤 여든둘에 낸 시집 『콜론』에 이 유언 같은 시가 실려 있습니다. 누구나 궁금할 것입니다. 내가 죽은 다음 이 세상은 어떤 일이 사람들의 화젯거리가 될 것인지, 핸들을 붙잡지 않고 내가 명령한 대로 달리는 그런 자동차가 나올 것인지, 뒤꽁무니가 구린 그 여자의 비밀은 언제 어떤 내용으로 까발려질 것인지 등등.

   안타깝지만 오늘 우리가 죽는다면 내일 아침 우리가 없는 세상은 그다지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비라도 내렸다면 내일도 비가 이어질 수도 있고, 도로는 비 때문에 미끄럽기도 할 터입니다. 여전히 지상에 살아 계신 여러분은 우산이 필요할 것이므로 외출 시 꼭 챙기셔야만 하겠지요. 우리 죽은 다음에 땅을 파고 매장을 할 것인지, 화장을 하여 산천에 뿌리고 말 것인지, 수목장을 치를 것인지 자식들에게 부탁하였으나 사후에 우리가 확인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시인은 이 유언 같은 시가 실린 시집을 내고서 4년 뒤 시집을 한 권  더 출간합니다. 그리고 저 시집을 내고 난 7년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고시집의 제목을 미리『충분하다』라고 붙여놓는 것을 잊지 않은 채. 2012년 2월 여든아홉 나이의 일입니다.

   오늘 우리가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난다고 갑자기 세계가 와장창 끝나버린다거나 화창한 날씨가 캄캄한 날씨로 돌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무도 더 이상 우리를 눈여겨 볼 이도 없을 것입니다. 인생이란 그저 그렇게 무심하며 덧없을 뿐이라는 듯, 시인은 공연히 날씨만 얘기하고 있습니다.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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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수산 | 작성시간 16.05.29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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