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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진의 「산소카페」감상 / 김기택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6.05.17|조회수527 목록 댓글 0

문혜진의 「산소카페」감상 / 김기택

 

 

산소카페

 

   문혜진(1976~ )

 

 

 

그들은 모두 북쪽의 차가운 숲을 생각하네

 

강남역 뉴욕제과 2층

순도 92퍼센트의 산소를 주문하고

코에 튜브를 끼운다

미국에서 직수입한 산소는

야생 커피 카페인보다 자극적이다

그곳에서 나는 보철을 낀 소녀처럼

말을 아낄 수 있다

 

누군가 기다리며 시계를 보는 사람들

밀려오는 자동차들

그곳에서는 누구나 코에 산소 튜브를 낀 채

차를 마신다

수면 위로 입을 내밀고 떠오르는

미지근한 어항 속 물고기의 심정으로

중환자실 폐암 환자의 절박한 눈빛은 아니어도

그곳에서는 누구나 말을 아낄 수 있다

 

빵꾸 난 대기

오존 주의보

지하도에서 빠져나온 무리들이

어디론가 구름처럼 밀려가는 오후

사막 낙타들을 홀리는

오아시스의 북소리

이 카페에서 저 카페로 이동하는

도시 유목민들

신선한 이온 산소 바람 한 줄기

소파에 늘어지는 산소 취객들

 

                       —시집『검은 표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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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하고 산소카페에서 산소 한 모금 어때? 휴대용 산소 다 떨어졌는데 오늘 어떻게 숨 쉬지? 지금은 산소마스크 착용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어제는 미세먼지 사망자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앞질렀대. 우리 카페에서는 100% 북극 산소만 사용합니다. 언젠가 이런 풍경을 보게 될지 모른다.

   인간이 아무리 개발하고 훼손해도 자연은 말을 하지 않으며 비명을 지르지 않으며 저항하지 않는다. 아무리 겁탈하고 유린해도 오랜 세월 지켜온 제 순결한 몸을 묵묵히 내어줄 뿐이다. 아름답고 청정한 몸이 병든 흉물과 치명적인 독성과 난폭한 재해가 되도록 고분고분하게 파괴되어줄 뿐이다. 그 흉측한 모습으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생겼는지 거울처럼 비춰줄 뿐이다. 자연의 순한 침묵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우리는 뼈아프게 경험해가고 있다.

 

  김기택 (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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