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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에세이

이시영의 「의자」감상 / 김승희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7.05.28|조회수463 목록 댓글 0

이시영의 「의자」감상 / 김승희

 

 

의자

 

  이시영 (1949~ )

 

 

의자에 앉으면 흔들리는 것이 있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흔들리는 누가 있다


흔들리는 것은 내가 아니라고
흔들리는 것은 그대가 아니라고
다짐하고 맹세하며 흔들리는 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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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엔 안정된 의자가 없다. 의자의 불안이 넘쳐난다. 바람 가득한 허공에서 흔들리며 의자는 구름처럼 흘러 다닌다. 넥타이로 의자를 묶어 봐도 소용없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모자만 있고 얼굴은 없는 사람들로 가득한 우리의 빌딩들. 의자가 수상한 시절에 허리가 아픈 환자들이 병원에 넘친다. 의자가 나를 받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의자를 받치느라고 척추에 혹이 나왔다.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자는 의자의 습격을 받고 몰락하리라. 누가 흔들고 누가 흔들리는가. 시인의 시선은 맑고 투명하다. 그의 경청의 귀는 늘 사람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시대의 진단서를 작성하는 섬세함을 지닌다. 
 
   김승희 (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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