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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에세이

[자작시 해설] 리아스식 해안의 검은 겨울/ 강인한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7.11.29|조회수304 목록 댓글 3

[자작시 해설]

 

리아스식 해안의 검은 겨울

 

  강인한

 


   지난밤 그 여자의 하얀 레이스 달린 파란 실크 잠옷 그림자가 오래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침실 창문에 검정나비 실루엣으로 하늘거리고 있었다. 여러 해 동안 피폐해진 주민들의 안녕 위로 사금파리가 싸락눈처럼 한 줄 두 줄 아프게 흩날리는 그 시간. 잿빛 어두운 마음의 문을 열고 여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내 차가운 손을 잡아주셔요, 그리고 내게 당신의 피를 넣어주시면 당신을 주인으로 섬길게요. 붉은 가방을 손에 들고 여자가 자신에게 날아온 동박새를 도끼눈으로 내쫓으며 말했다. 저리 가, 가버려. 가방의 아가리는 이를 악물고 닫혔으나 벌어진 지퍼의 잇바디 사이로 보랏빛 연기가 피어올랐다. 독한 연기는 뱀의 혀처럼 갈라져 주민들의 한두 가닥 가냘픈 희망을 단숨에 빨아들였다.

 

   리아스식 해안 가까운 바다에서는 날마다 빈사의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허옇게 배를 내밀고 떠올랐다. 안간힘을 써서 검은 수면 위로 뛰어올라 그 여자가 손짓을 하면 물고기들은 가끔씩 날개 달린 뱀처럼 날았다. 죽은 아버지의 망령도 그 틈에 끼어 선글라스를 쓰고 날아올랐다. 신화 속에서 끄집어 낸 시간의 비늘들은 단단한 쇠줄로 꼬여 그 여자의 믿음직한 허리띠가 되었다. 그 여자를 에워싼 제국의 부로들이 구세주를 대하듯 엄숙히 가스통을 어깨에 메고 나서는 아침, 그들의 빨간 내복에 여자가 손키스를 뿌리자 제국의 겨울은 일제히 바닷가 검은 바위를 향해 달려갔다. 강철같이 뭉쳐진 제국의 겨울은 불타는 돌멩이가 되어 가망 없는 미래에 연합하기 위하여 허공을 날아갔다.

 

   장난감 공룡을 손에 든 채 태어난 차세대의 아이들은 엉덩이에 벗을 수 없는 형극을 문신으로 두르고 불온한 소문의 식물로 성장했다. 그 밤에 저주 받고 태어난 아이들은 아홉 개 꼬리를 가진 붉은 여우의 울음을 좇아 몽골의 사막으로 떠나갔다고도 하며 일부는 페리호를 타고 후쿠시마로 떠났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돌려줘, 내 피를 돌려줘. 여자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다가 죽은 아이들은 타다 남은 약속의 숲에서 흰 숯으로 발견되었다. 번쩍번쩍 손을 들어 번개를 내리칠 때마다 그 여자의 증오심은 청동 지붕에서 유황연기를 피워 올렸고, 깊은 새벽이면 행복한 신음을 흘리며 핏발 선 눈이 항상 지상을 두리번거렸다.

 

 

                   격월간시사사2014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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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시의 제목으로 사용한 리아스식 해안에 대한 설명입니다.

   “리아스식 해안이란 하천 침식으로 형성된 골짜기가 해수면 상승이나 지반 침강에 의해 침수가 되어 형성된 해안이다.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처럼 드나듦이 복잡하고 섬이 많은 형태의 해안이다.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은 신생대 제4기 후빙기의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되면서 형성되었다. 낮은 골짜기 부분은 바닷물이 깊숙이 들어와 만이 되고, 산지 부분은 반도가 되거나 일부는 침수되지 않고 남아 섬이 되어 리아스식 해안이 형성되었다. 한편 리아스식 해안은 바다가 잔잔하여 선박의 대피에 유리하며 수산물 양식에도 좋은 조건이 된다. 학습용어사전 한국지리

 

    한반도의 3면이 바다인 점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형세의 특징입니다. 동쪽의 동해, 서쪽의 서해, 남쪽의 남해, 북쪽은 대륙으로 이어져 있으므로 바다가 없지요. 결국 우리나라는 리아스식 해안이 서해와 남해에 걸쳐 있으므로 이 특징이 곧 우리나라를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 5년의 기간을 연장 계승하는 박근혜 정부는 대대적인 여론조작(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 곧 댓글 부대를 동원하여 집권에 성공하였습니다. 박근혜 정부 첫 국회 소집 자리던가, 낙선한 문재인 후보를 만난 박근혜의 첫 말 내가 댓글 조작으로 당선한 줄 아셨어요?“ 그 장면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후엔 한나라당을 개명, 새누리당이 되었습니다. 박근혜는 자신의 아버지 박정희 소장처럼 군복 비슷한 정장을 입고  2013225(졸시 댄서들마지막 연의 시멘트 20130225호 전신주’)에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합니다. 마음속으로는 '아버지 박정희의 부활, 아버지의 명예 회복' 을 굳게 다짐했을 겁니다.

    그의 아버지는 시민혁명(4.19 학생의거)에 의해 성립된 민주당 정부를 만 1년도 되기 전에 군사쿠데타로 뒤집어엎고 민주당 정부가 수립한 경제개발계획 정책을 훔쳐서 군부독재를 시작하였습니다. (군부 통치 기간은 1961년부터 197910. 26, 뒤이어 전두환 노태우 정부 1992년까지 만 31년간.)  박근혜는 대통령 선거의 토론회에서 만난 "친일파인 만주군 장교 다카키 마사오의 딸 박근혜 후보, 당신을 떨어트리기 위하여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는 통합진보당 후보 이정희가 얼마나 미웠을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에 취임한 그 해 여름 8월 이석기 의원을 내란음모로 구속시키고 이정희 후보가 소속된 그 통합진보당  해산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내가 이 시를 쓴 것은 2013년 겨울 12월입니다. 박근혜 집권 1년차의 겨울이지요. 그의 비서였던 정회와의 스캔들에 대한 풍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리 허황한 소문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무렵 박근혜를 감싸고 관제 데모에 앞장선 것은 해병대 군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막무가내 행동을 서슴지 않은 '어버이연합'이 대표적이지요. 그들을 나는 '제국의 부로(父老)'이라고 풍자했습니다. 가스통을 어깨에 들쳐 매고 진보세력의 정당이나 사무실로 찾아가 폭파할 것이라고 위협한 사실을 기억합니다.  이 시는 주로 풍자적인 비유 즉 풍유법(알레고리allegory)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박근헤를 풍자하되 실제보다 크게 과장하거나 또 사실을 엇비슷한 다른 형태로 비틀어서 표현하기도 하는 방식입니다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거머쥔 박정희를 풍자한 구절도 있습니다. 그는 당시 육군소장으로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군중들 앞에 서기를 좋아했지요.  이 시의 둘째 연 검은 수면 위로 날개 달린 뱀처럼 날아오른 물고기들 틈에 '죽은 아버지의 망령도 그 틈에 끼어 선글라스를 쓰고' 날아올랐다는 말이 그런 부분입니다.

    온갖 감언이설로 선거 때 표를 구걸한 박근혜는 아버지 어머니가 불행하게 총탄에 죽어갔음을 상기시켜 동정심 많은 유권자들 가슴에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켜 '불쌍한 박근혜'를 각인시켜 박정희 향수를 환기시켰던 것이지요.  한때 박근혜는 미래연합이라는 정치 단체의 대표를 지내기도(‘가망 없는 미래에 연합’) 하였습니다.

 

   세세연년 아이들은 테어납니다. 박근혜 이전에도 태어났고 박근혜 이후에도 태어납니다. 우리 민족의 신체적 특징 중 몽고반점이 있습니다. 갓난아기들 엉덩이에 보이는 검푸른 반점이 그건데 이 몽고반점은 차차 성장하면서 사라지지요. 아이들이 구미호(아이들은 아홉 개 꼬리를 가진 붉은 여우의 울음을 좇아)의 부름에 홀려 몽골로, 후쿠시마로 떠나갔다는 이야기의 몽골은 몽고반점에서 생각한 것이었고, 2011년 봄 일본이 대지진과 쓰나미로 엄청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당했던 게 떠올라 절망적인 곳 후쿠시마로 우리의 저주 받은 아이들이 떠나갔다고 비틀어 본 겁니다.

  

    드문 일이지만 시인이 마치 예언자처럼 미래를 예견하는 시를 쓰기도 한다는 것. 뭐 단순한 생각으로 우연의 일치라고 웃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 비슷한 경우가 이 리아스식 해안의 겨울이란 시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인천을 출발한 여객선이 서해를 지나 진도 해역에서 어이없이 침몰하여 배에 갇힌 304명 전원이 희생당한 참혹한 비극이었지요. 그 사건은 이 시가 발표된 후 3개월 만에 발생합니다. 이 시를 나는 201312월에 썼고, 지면에 발표된 것은 격월간 시지 20141-2월호입니다. 어찌 보면 세월호 참사를 예언적으로 보여준 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014416) "돌려줘, 내 피를 돌려줘, 여자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다가 죽은 아이들"이 마지막 연에 등장합니다.

    나는 어처구니없이 빼앗긴 한 표(주권)의 회복을 염원하다는 표현으로 쓴 건데 나중에 진도 앞 바다 맹골수도 깊은 바닷속에서 엄마 아빠를 부르며 죽어간 어린 학생들을 예견한 예언적 표현 아닌가 싶어서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리아스식 해안은 우리나라 서해에서 남해로 이어진 톱니처럼 드나듦이 복잡한 해안이며, 세월호 참사는 인천을 출발하여 남해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 304명의 희생자를 낸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 ‘청동지붕이 상징하는 건물이 무엇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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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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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제비꽃 | 작성시간 17.11.30 때로 시인은 예언자가 되기도 한다는걸 강시인님께서 증명해보이셨네요^^
  • 작성자강인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1.30 뭘요. 이현령비현령이지요. 나는 그 여자에게 투표한 사람들을 대신하여 "아이들이 피(주권)를 돌려달라고 소리치며 죽어간다"고 썼는데 그 "피(생명)를 돌려달라고 소리치며 죽어간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견강부회의 논리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 작성자산벚나무 | 작성시간 17.12.02 자상한 해설이 시 창작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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