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의「사물(事物) A」자작시 해설
사물(事物) A
이승훈
사나이의 팔이 달아나고 한마리 흰 닭이 구 구 구 잃어버린 목을 쫓아 달린다. 오 나를 부르는 길은 명령의 겨울 지하실에선 더욱 진지하기 위하여 등불을 켜놓고 우린 생각의 따스한 닭들을 키운다. 닭들을 키운다. 새벽마다 쓰라리게 정신의 땅을 판다. 완강한 시간의 사슬이 끊어진 새벽 문지방에서 소리들은 피를 흘린다. 그리고 그것은 하아얀 액체로 변하더니 이윽고 목이 없는 한마리 흰 닭이 되어 저렇게 많은 아침 햇빛속을 뒤우뚱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196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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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1962 년 <낮> <바다>라는 시가 박목월 선생님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1회 2회 추천이 되고, 1963 년에 기러기와 눈보라를 노래한 <두개의 추상>으로 완료했습니다. 그 후 <현대시> 동인으로 활동했는데, 그때 저는 내면성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시를 썼고, <현대시> 동인들이 추구하는 바도 이와 같아서 상당히 보람을 느꼈었습니다. 이렇게 데뷔 이 후 활동한 것들을 69년에 묶어 <사물A>라는 시집을 간행했는데, 제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했습니다. 오래된 기억입니다만, 사물이란 것이 시인에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한 형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꽃이 있고 주전자가 있다면 그것이 그냥 사물인가, 시인에게 사물이란, 언어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시인이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이 언어를 통해서 존재한다면, 사물이란 것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제기한 셈이었죠. 그 시집에 <사물A>라는 시가 하나 있는데, 거기서는 햇볕이 내리쬐는 마당을 뛰어가는 목이 달아난 한 마리의 흰 닭을 그렸고, 상당히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내면의 황량함 등을 주로 노래했어요.
최동호: 그러니까 사물의 내면성, 존재의 내면성을 추적해보셨다는 거죠, 닭을 노래하면서도 실은 눈에 보이는 닭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어떤 닭을 말씀하신 거겠죠.
이승훈: 그렇죠. 사실 목이 달아난 닭은 뒤뚱거리면서 마당을 뛰어갈 수 없거든요. 이런 것은 시인만이 창조할 수 있는 세계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