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샹송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이 되어 젖어 있는
비애(悲哀)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衣裳)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愛情)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우울한 샹송, 삼애사, 1969>
[해설: 조남현]
현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에게 전화나 PC통신 등을 통해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이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편지의 매력은 남아 있고, 거기에는 붙일까 말까 하는 마음의 망설임까지도 포함된다. 사연을 하나씩 써 내려가다 보면 편지 쓰는 이의 마음은 여러가지 빛깔로 우러나오게 되며 받을 사람에 대한 따스한 정이 절로 배어 나오게 된다.
이 작품에서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찾을 수는 없을까. 만약 그 사랑이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면 나는 그때 어떤 미소로 그를 맞이할 수 있을까 하고 시인은 궁금해하고 있다. 우체국을 배경으로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랑과 그리움, 안타까움, 그리고 기다리는 마음을 바로 그곳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를 안고 그곳으로 찾아와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 모습이지만 시인은 `잃어 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하는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마음으로 그곳에 들렸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나도 그들과 같이 웃고 싶고 잃어 버린 사랑을 찾고 싶다는 안타까운 마음은 억제하기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인간에게는 교감(交感)의 본능이 있다. 교감의 본능은 사랑하고 싶은 마음의 첫 신호가 아닌가.
편지를 쓰는 마음은 기다리는 마음이며 사랑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으로부터의 답장이 있을 것만 같다. 그리하여 `내 사랑의 /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 도어를 노크'할 것 같은 그러한 심정으로 시인은 기약 없는 편지를 써 보는 것이다.
이수익 : (1942- ) 경남 함안 출생. 1965년 서울사대 영문과 졸업.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고별」이 당선되어 등단. 현재 한국방송공사 라디오 편성 기획부 차장, 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 『현대시』 동인.
그의 시세계가 지닌 특징은 대상과 인식을 같은 차원에 두고 상호 교감의 일치점이 되도록 선명한 이미지로 처리하고 있다 하겠다. 그래서 이념이나 철학성에 대한 관심을 두기보다는 인간적인 우수(憂愁)와 비감(悲感)을 형상화하는 데 시의 기능을 부여하는 주지적 서정시를 쓰고 있다.
시집으로는 『우울한 샹송』(삼애사, 1969), 『야간열차』(예문관, 1978), 『슬픔의 핵(核)』(고려원, 1983), 『단순한 기쁨』(고려원, 1986), 『그리고 너를 위하여』(문학과비평사, 198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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