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비평/에세이

신용목의 「가양대교」 감상 / 허연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2.04.13|조회수414 목록 댓글 0

신용목의 가양대교」 감상 허연

 

 

가양대교

 

   신용목

 

 

 

얼음과 수증기 사이에 있다고 말하면꼭 겨울 빙판과 여름 구름 사이에서 물은
봄과 가을 같지만

봄과 가을만 흘러가는 계절 같지만

달빛 안장 위의 밤

어느 것이 쉬울까바다에 빠진 웅덩이를 찾는 일과 웅덩이 속에서 바다를 찾는 일
강에서 눈사람을 부르는 일과
구름을 꺼내는 일

가양대교 위에서 어둠과 물을 구별하는 일

아니,
우리가 물주머니 같은 거라면

물풍선처럼 웃음을 터트리는
공원에서

나무가 잎을 피우고 짙어지고 또 잎을 떨구는 일은 꼭 흘러가는 일 같다,
바람 갈퀴를 흩날리며 달려가는 나무를 별빛의 채찍질로 후려치는 일은

꼭 사라지는 일 같다

어느 것이 맞을까다리를 걸으며 밤을 건넌다는 것과 밤을 걸으며 다리를 건넌다는 것
어느 것이 꿈일까나는 물의 눈동자가 제 깊이 속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밤과 어둠이 서로를 바꾸고 사람과 사랑이 서로를 잃어버리는 바다를 보았다

어느 것이 틀릴까,
나는 봄과 가을이 나란히 검은 말을 타고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


깊은 밤에 다리를 걸어서 건너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어둠과 강물은 구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그 순간 진공 상태에 빠진 기분이 든다내가 어둠을 걷고 있는지다리 위를 걷고 있는지혹은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어느 날 밤 가양대교를 건너던 순간을 기막히게 포착한 좋은 시다.
세상에 깔끔한 경계는 없다사람이 사랑을 하고사랑이 사람을 만든다그리고 어느 순간 서로를 잃어버리기도 한다세상에는 다 맞고 다 틀리는 것은 없다모두 뒤섞여 있어서 세상이다.

허연 (시인매일경제 기자)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