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의 「가양대교」 감상 / 허연
가양대교
신용목
얼음과 수증기 사이에 있다고 말하면, 꼭 겨울 빙판과 여름 구름 사이에서 물은
봄과 가을 같지만
봄과 가을만 흘러가는 계절 같지만
달빛 안장 위의 밤
어느 것이 쉬울까, 바다에 빠진 웅덩이를 찾는 일과 웅덩이 속에서 바다를 찾는 일
강에서 눈사람을 부르는 일과
구름을 꺼내는 일
가양대교 위에서 어둠과 물을 구별하는 일
아니,
우리가 물주머니 같은 거라면
물풍선처럼 웃음을 터트리는
공원에서
나무가 잎을 피우고 짙어지고 또 잎을 떨구는 일은 꼭 흘러가는 일 같다,
바람 갈퀴를 흩날리며 달려가는 나무를 별빛의 채찍질로 후려치는 일은
꼭 사라지는 일 같다
어느 것이 맞을까, 다리를 걸으며 밤을 건넌다는 것과 밤을 걸으며 다리를 건넌다는 것
어느 것이 꿈일까, 나는 물의 눈동자가 제 깊이 속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밤과 어둠이 서로를 바꾸고 사람과 사랑이 서로를 잃어버리는 바다를 보았다
어느 것이 틀릴까,
나는 봄과 가을이 나란히 검은 말을 타고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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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에 다리를 걸어서 건너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어둠과 강물은 구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그 순간 진공 상태에 빠진 기분이 든다. 내가 어둠을 걷고 있는지, 다리 위를 걷고 있는지, 혹은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어느 날 밤 가양대교를 건너던 순간을 기막히게 포착한 좋은 시다.
세상에 깔끔한 경계는 없다. 사람이 사랑을 하고, 사랑이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서로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세상에는 다 맞고 다 틀리는 것은 없다. 모두 뒤섞여 있어서 세상이다.
허연 (시인, 매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