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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에세이

최지인의 「최저의 시」 감상 / 나민애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2.10.02|조회수455 목록 댓글 0

최지인의 「최저의 시」 감상 / 나민애

 

 

최저의 시

 

  최지인 (1990~ )

 

 

인간의 공포가

세계를 떠돌고 있다

알 수 있는

사실

비슷한 모양의 빌딩이 줄지어 서 있다 비슷한 모양의 아파트 단지 비슷한 모양의 마음

성내고 있다 사소한 것들

두 손 가득

쓰레기봉투 계단 내려가다 우수수 쏟아지는

냄새나는 것들 주저앉아

도망쳐버릴까

생각했었다.

……

문 앞에 놓인 허물
끝없이 허물

 

...........................................................................................................................................................................

 

   시집의 네 페이지에 걸쳐 있는 긴 시를이렇게 조금만 소개하게 된 점을 독자와 시인에게 사과드린다이 작품에는 시대를 한창 걸어 나가야 하는 자의 불안이 가득 담겨 있는데 전체를 읽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아니전문을 다 읽어도 타인의 심정을 모두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를 9월의 마지막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는 우리의 시절이 수상하기 때문이다. ‘최저의 시라는 제목부터가 시대를 압축하는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먼 옛날 우리가 수렵 채집인일 때에는 인간이 세계를 떠돌았다그런데 시인은 이제 인간 대신에 인간의 공포가 세계를 떠돈다고 말한다이 말은 진리에 가깝다우리는 한 나라한 지역한 집에 머물러 살지만 우리의 마음은 공포심에 질려 전 세계를 떠돈다허리케인이 모든 것을 휩쓸어 간다더라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을 덮칠 거라더라전쟁의 여파가 우리 일상을 뒤흔들 거라더라단단한 콘크리트 대지에 두 발을 딛고 살지만 마음은 모래밭을 거닐 듯 푹푹 꺼진다눈앞에 보이는 건물은 공고해 보이지만 쓰레기봉투는 쉽게 터진다뭔가 어긋난 느낌이 들고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이럴 때 우리는 불안하다고 말한다이럴 때 시인은 허물어진다고 표현한다.

   전쟁은기후는심성은사회는안전은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우리의 불안은 곳곳을 헤맨다지금 여기가 최저이고더 깊은 최저는 없기를 바란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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