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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에세이

백은선의 「생의 찬미」 감상 / 이수명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3.10.07|조회수402 목록 댓글 0

백은선의 생의 찬미」 감상 이수명

 

 

  생의 찬미

 

     백은선

 

 

새가 난간에 앉아 울고 있었다괜찮냐고 묻는 친구에게 말했다나는 우주로 사라지고 싶어사라지지 마사라지지 마. 창밖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어떻게 해야 어둠을 지고 나아갈 수 있을까.

 

​ 난간에 걸려 흔들리는 차가운 숨펄럭이는 심장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심장이 하는 말들려들을 수 있어? 어둠 속에 누워 오래도록 주파수를 돌리던 새벽이 문득 떠올랐다이제 그런 시대는 다 지나갔다.

 

나의 섬은 이제 깊은 구덩이 속에 누워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고 있다이렇게 나를 버릴 거야내게 묻는다더 이상 무엇도 아끼고 싶지 않아뼈처럼 울고 뼈처럼 살자.

 

어두운 동굴 속을 기어가다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보았다유해도 수습할 수 없었다고 한다기어갈수록 점점 비좁아지는 구멍 속으로 미끄러지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시집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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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특별한 일이 생겨서가 아니다새가 난간에 앉아 울고 있는 것이 전부다. “나는 우주로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다창밖으로 낙엽이 떨어질 뿐인데어두워질 뿐인데사라지고 싶다무게중심이 사라지는 순간이 오고 만 것처럼,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하고 생각한다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언제나 그것을 만류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사라지지 말라는 간곡한 음성그리고 이렇게 나를 버릴거야?”라고 다시 되묻는 음성이 있다나는 죽음에 기울면서 동시에 삶으로 기울어진다유튜브에서 본동굴 속을 기어가다 죽은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한다사라지고 싶은 때는그리하여 사라짐에 이르는 때는생에 가장 근접하여 뼈처럼 울고” 마는 순간이다.

 

 이수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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