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의 「그래도 네가 있다」 감상 / 이수명
그래도 네가 있다
김 도
선
선이라고 하는 거야
우리는
선을 따라가는 거야
도로 위로 이어지는
하얀 선의 끝에는
배가 있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안개가 걷힌 모래사장에 쏟아지는 햇빛을
생선이 익는 동안 바라볼 불과 별을
냄새를 맡고 다가올 개의 눈망울을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을까
뿌옇고 얼었고 뭐가 없고
보이는 것만 간신히 보이는
창문에 이마를 붙이면
말 없는 뒤통수였을 텐데
나는
그가 좋아한다는 노래를 껐다 지긋지긋하다는 듯
미지근한 히터가 꺼졌다 덜덜 떨다가
조용해진 차는 좀 굴러가다
멎었다
내릴 거야?
내려야지 안 내릴 거야?
내리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내가 내리면 그도 내린다
내가 안 내리면 그도 안 내린다
그가 내리면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데 우리의 털은 많이 자랐구나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아직도
그가 웃고 있을까 봐
더 가자고 할까 봐
선을 따라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몰라서
어디로든 이어질 수 있는
선의 끝에서
—시집 『핵꿈』, 아침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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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는 차를 타고 간다. 도로에는 하얀 차선이 그려져 있다. 몽상가인 그는 선이 끝나는 곳에 있을 배, 햇빛, 불과 별, 개를 떠올린다. 그런 것들을 나에게 말해준다. 나는 몽상을 따라, 흰 선을 따라 더 가야 할지 그만 가야 할지 알지 못한다. 일단 그가 좋아하는 노래를 끈다. 그러면 히터가 꺼진다. 이윽고 “조용해진 차는 좀 굴러가다/멎었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내리면 그도 내린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내리지 못한다. 또 그가 “더 가자고 할까 봐” 그에게 고개를 돌리지도 못한다. 망설임의 시간이다. 선으로부터 내려 서지도, 선을 따라 나아가지도 못하고, 달리는 차들 사이 위험하게 멈추어 있다.
이수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