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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에세이

정현종의 「방문객」 감상 / 김경복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4.05.12|조회수486 목록 댓글 0

정현종의 방문객」 감상 김경복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시집 『광휘의 속삭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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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의 여신이 짓는 인연의 실은 얼마나 덧없는가쉽게 올이 풀려 잘려 나간다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의 신이 가위질한 사람의 생애는 잠시 번득이다 만 섬광에 불과할 뿐이다운명은 미망(迷妄)의 어둠을 질러가는 번개 같다.

   그러나 그 섬광이 지상의 나에게 쏟아져 내리는 것은 참으로 어마어마한 일이 된다그 까닭은 섬광이 이 캄캄한 우주를 잠시만이라도 환하게 밝혀 나를나의 전 생애를 의미로 충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서로의 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을 이어 붙여 향기로운 존재로 잠시 서게 하기 때문이다그런 장엄함으로 오는 인연이기에 방문객은 단순히 한 사람이 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 ‘하나의 세계가 오는 우주적 대사건이다그러니 어찌 그 빛을 다정하게 환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경복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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