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의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감상 / 나민애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이육사李陸史 (1904~1944)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십이성좌十二星座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
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들 때도 보는 별
우리들과 아-주 친하고 그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
아름다운 미래를 꾸며 볼 동방의 큰 별을 가지자
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지구를 갖는 것
아롱진 설움밖에 잃을 것도 없는 낡은 이 땅에서
한 개의 새로운 지구를 차지할 오는 날의 기쁜 노래를
목 안에 핏대를 올려가며 마음껏 불러보자
처녀의 눈동자를 느끼며 돌아가는 군수야업軍需夜業의 젊은 동무들
푸른 샘을 그리는 고달픈 사막의 행상대行商隊도 마음을 축여라
화전火田에 돌을 줍는 백성들도 옥야천리沃野千里를 차지하자
다 같이 제멋에 알맞은 풍양豊穰한 지구의 주재자로
임자 없는 한 개의 별을 가질 노래를 부르자
한 개의 별 한 개의 지구 단단히 다져진 그 땅 위에
모든 생산의 씨를 우리의 손으로 휘뿌려 보자
앵속罌粟처럼 찬란한 열매를 거두는 찬연餐宴엔
예의에 꺼림 없는 반취半醉의 노래라도 불러 보자
염리한 사람들을 다스리는 신이란 항상 거룩합시니
새 별을 찾아가는이민移民들의 그 틈엔 안 끼어 갈 테니
새로운 지구에단 죄없는 노래를 진주처럼 흩치자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다만 한 개의 별일망정
한 개 또 한 개 십이성좌 모든 별을 노래하자.
―이육사시전집 『광야에서 부르리라』 시월(十月) 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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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1936년 12월에 발간된 《풍림》 창간호에 실려 있다. 이 잡지는 독자들에게 일종의 방풍림이 되고 싶다는 의미에서 ‘풍림’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창간호니만큼 젊은 문인들이 뜻과 의지를 모았을 것이다. 그 가운데 이육사의 시가 들어 있다.
이육사 시인이 등단한 것이 1933년이었다. 이후 5년 정도 이육사는 문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두루 친구가 많았고 누구나 좋아하던 이라고 했다. 그는 뜻을 세우고 지킬 줄 알았던 지사였다. 이 시만 봐도 알 수 있다. 높은 기상과 흔들림 없는 눈빛에 우리의 가슴마저 두근거린다.
그러나 저 시대가 쉬웠겠는가. 어림없는 소리다. 이 시가 나온 지 딱 1년이 지나 《자오선》에는 「노정기路程記」라는 작품이 발표된다. 거기에는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 등장한다. 남십자성이 비춰주지도 않아 목숨이 마치 깨어진 뱃조각 같다고 씌어 있다. 그러니 잊어서는 안 된다. 육사는 영웅이기 전에 몸과 마음이 있는 한 사람이었다. 고단하고 고통스러웠던 사람이었다. 사람이 지켜준 곳에 우리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나민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