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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에세이

김민지의 「어떤 기쁨은」 감상 / 박소란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5.01.10|조회수370 목록 댓글 0

김민지의 어떤 기쁨은」 감상 박소란

 

 

어떤 기쁨은

 

   김민지

 

 

해가 쨍쨍한 날

고개를 숙이고 걷던 이에게

말라 죽은 지렁이를 보여준다

 

해를 피해 가던 순간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비록 눈살은 찌푸렸지만

지렁이의 이로움엔 유감이 없는 사람

 

그럼에도 그 사람이

스스로 눈살을 찌푸린 이유에 대해 생각할지

 

어떤 기쁨은 알 수 없다

 

눈이 부시다는 이유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이유로

 

어떤 슬픔이 꿈틀거리는지

너무 환한 날에 멀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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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주간 수차례 새해 인사를 주고받았다전화로메일로 다정이 깃든 덕담을 실어 보내고 실어 왔다새해를 맞는다는 건 달력을 넘기는 정도의 예사로운 일에 불과하다 여기는 내게도 해맞이 인사는 조금 특별하다특별하게 생각하려 애쓴다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하는 관용적인 메시지를 보낼 때에도 한 자 한 자 정성을 기울이려 노력한다상대도 그렇게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에.

   방금 한 친구에게 짤막한 기원의 말을 적어 보냈다매일이 밝고 따뜻했으면충만했으면하고행여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까 진심으로라는 말까지 꾹꾹 눌러 덧붙이면서이 진심은 물론 그가 누릴 기쁨이 곁의 여러 슬픔까지 헤아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슬픔을 외면하는 기쁨이 아니라 슬픔까지 보듬는 기쁨이기를환한 날들 속에서도 어떤 슬픔이 꿈틀거리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 우리이기를.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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