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연의 「파트너」 감상 / 임종명
파트너
안희연
너의 머리를 잠시 빌리기로 하자
개에게는 개의 머리가 필요하고 물고기에게는 물고기의 머리가 필요하듯이
두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오더라도 놀라지 않기로 하자
정면을 보는 것과 정면으로 보는 것
거울은 파편으로 대항한다
잠에서 깨어나면 어김없이 멀리 와 있어서
나는 종종 나무토막을 곁에 두지만
우리가 필체와 그림자를 공유한다면
절반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겠지
몸을 벗듯이 색색의 모래들이 흘러내리는 벽
그렇게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나의 두 손으로 너의 얼굴을 가려보기도 하는
왼쪽으로 세 번째 사람과 오른쪽으로 세 번째 사람
손목과 우산을 합쳐 하나의 이름을 완성한다
나란히 빗속을 걸어간다
최대한의 열매로 최소한의 벼랑을 떠날 때까지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2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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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는 어떤 일을 둘이서 할 때 짝이다. 그래서 화자는 파트너인 "너의 머리를 잠시 빌"릴 수밖에 없다. 파트너와 케미가 좋으면 일이 순조롭고 성과가 난다. 하지만 화자는 파트너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 두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거울을 "정면을 보는 것과 정면으로 보는 것"처럼 "파편으로 대항한다". 너무 "멀리 와 있"게 되고 "필체와 그림자를 공유"하지 못해 "절반의 기억"조차 잊어버린다. 심지어 파트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화자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기도 한다. 그러다 화자는 "왼쪽으로 세 번째 사람"이 거울에서 "오른쪽으로 세 번째 사람"인 것처럼 파트너가 남이 아닌 또 다른 나인 걸 깨닫는다. 그리고 파트너라는 "하나의 이름을 완성"하고 "나란히 빗속을 걸어간다". 어쩌면 이 시에서 화자인 '나'는 안희연 시인 자신이고, 파트너인 '너'는 시가 아닐지 모르겠다.
임종명(네이버 블로거 '숲속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