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순의 힘 김미승 ‘모순’이라는 말 속엔 마른 가지를 뚫고 나오는 새싹의 매운 눈이 숨어 있다 고란사 약수터의 팔보다 긴 물바가지, 용을 써도 할 수 있는 일이란 내 입이 아닌 타인의 입에만 닿을 수 있다는 거 가을 하늘을 행군하는 기러기 떼의 V자 대열, 앞으로 나아가려 기를 쓴 날갯짓 파닥파닥…… 실은 뒤따르는 지친 날개들에게 상승기류를 전달하는 거대한 비행 동력이라는 거 팔보다 긴 물바가지라는 거 ‘모순’이라는 말 속에선 흙바닥을 뒹구는 비 냄새가 난다 ⸺계간 《문학들》 2021년 겨울호 ------------------- 김미승 / 1963년 전남 강진 출생. 1999년 계간 《작가세계》로 시 등단. 시집 『네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익어 가는 시간이 환하다』 등, 그밖에 청소년소설과 동화 여러 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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