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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나에게는 좋은 감촉이 있다 / 신이인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2.02.13|조회수1,590 목록 댓글 0

나에게는 좋은 감촉이 있다

 

   신이인

 

 

 

선인장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린 주먹처럼 자란다

가운뎃손가락이 살찌고 튼튼해져서 다시 주먹이 되고

거기에서 또 가운뎃손가락

가운뎃손가락

 

돌려서 말하는 건 특별한 기술 같아

천천히, 원에 가깝게

모서리가 없게

다쳐도 증거가 남지 않도록

 

일단

입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말에게 지금 튀어나가서는 안 된다고

잠깐 놀다가 이따 다시 오라고 일러두었다

 

지칠수록 무럭무럭 자라나는 띠 모양 말

자기를… 질질 끌고… 내 몸속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다가

저 혼자 엉켜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을 때

 

나는

 

괴로워

묶였어

암 덩어리가 생겼어

만지면

동그래

근데 아파

 

날뛴다

이건 폭탄이다

그렇지만 이겨낸다

가시광선 및 굉음 같은 게 함부로 찌르게 둘 수 없다 그게 누가 됐든지간에

 

나는 나를 세게 안는다

 

그리고 불현듯

알게 된다

〈나에게는 좋은 감촉이 있다〉

 

있는 수준이 아니고

아무도 모르는 게 말이 안 될 정도다

어떻게 이 느낌을 지금

나밖에 몰라?

 

순간 외로웠고

참을 수 없어졌다

베란다로 나간 다음 보이는 식물을 끌어안고 아무 비밀이나 말했다

 

느리고 평온한 뻐큐를 돌려받았다

 

 

            ⸺계간 『시와 반시』 202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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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인 / 본명 신예은. 1994년 서울 출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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