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좋은 감촉이 있다
신이인
선인장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린 주먹처럼 자란다
가운뎃손가락이 살찌고 튼튼해져서 다시 주먹이 되고
거기에서 또 가운뎃손가락
가운뎃손가락
돌려서 말하는 건 특별한 기술 같아
천천히, 원에 가깝게
모서리가 없게
다쳐도 증거가 남지 않도록
일단
입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말에게 지금 튀어나가서는 안 된다고
잠깐 놀다가 이따 다시 오라고 일러두었다
지칠수록 무럭무럭 자라나는 띠 모양 말
자기를… 질질 끌고… 내 몸속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다가
저 혼자 엉켜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을 때
나는
괴로워
묶였어
암 덩어리가 생겼어
만지면
동그래
근데 아파
날뛴다
이건 폭탄이다
그렇지만 이겨낸다
가시광선 및 굉음 같은 게 함부로 찌르게 둘 수 없다 그게 누가 됐든지간에
나는 나를 세게 안는다
그리고 불현듯
알게 된다
〈나에게는 좋은 감촉이 있다〉
있는 수준이 아니고
아무도 모르는 게 말이 안 될 정도다
어떻게 이 느낌을 지금
나밖에 몰라?
순간 외로웠고
참을 수 없어졌다
베란다로 나간 다음 보이는 식물을 끌어안고 아무 비밀이나 말했다
느리고 평온한 뻐큐를 돌려받았다
⸺계간 『시와 반시』 202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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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인 / 본명 신예은. 1994년 서울 출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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