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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상이몽 / 박가경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2.04.27|조회수487 목록 댓글 0

동상이몽

 

   박가경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요, 아주 많이 내리고요

 

창가의 화분에서는 만손초가 막 돋아나요

만 개의 손들이 흔들리는 사이로

공중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어요

나는 화분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곳은 혼자 생각하기에 좋았는데요

 

누가 오는 발소리를 들을 수 있고요

누가 오는 발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고요

 

화분 속 어둠은 편안하고 따뜻해요

가장 멀리까지 갈 수 있는 마음이겠지요

뿌리들은 어디로든 가요

이 모든 건 살아서 할 수 있는 친절

그런 다정일 텐데

모든 건 그림자 속 이야기일 뿐이죠

 

공중 뿌리는 아름다워요

만날 수 없으니까요

그게 오늘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면

오늘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아실까요

 

나의 필담은 당신의 계절보다 앞서 지나가죠

나는 지금의 계절을 물어보려다 말았어요

잠이 쏟아질 것 같아서

 

그러니까

우리들은 서로 모르는 척 잘 살아요

 

모르는 척하는 거랑 모르는 거랑은

서로 반대말인데

 

반대말과 거짓말이 비슷한 말인지 궁금했어요

 

궁금할 땐

딸꾹질이 자꾸 튀어나와요, 나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어요

시치미는 아주 능숙하게 나오죠

 

그럴 때마다 나는 옆구리가 가려웠어요

박박 긁은 손톱에서는 무표정이 쑥쑥 자라요

 

 

 

             —계간 《시와 편견》 202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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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경 / 1969년 경기 남양주 출생. 2015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 『우리 사이에는 모르는 계절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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