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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다정한 기분을 만났다 / 장정욱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2.07.22|조회수573 목록 댓글 0

다정한 기분을 만났다

 

   장정욱

 

 

 

이름도 잊어버리고

약봉지도 놓쳤다

 

교회 종소리는 12월보다 길었다

저 아늑한 곳의 기도는 내일도 죽지 않는 것일까

예배당 창이 반짝거렸다

 

나를 잃어버린다면 어디쯤이 좋을까

슬픔에 둔한 플라타너스 뒤라면

물 위에 떠다니는 버들잎 곁이라면

 

물소리를 세며 나를 불렀지만

나는 세계를 잊었다

 

기도에선 흙냄새가 났다

기도가 바람에 섞여 사라질 때까지 기억은 자주 뒤척였다

 

헌 그리움을 보내는 일

물결의 뒷모습으로 살겠다고 다짐하는 일

기도문은 입김 안에서 자꾸 빠져나가려 했다

 

아이들은 얼음 십자가 위에 올라가 신발로 깨며 놀고 있다

 

웃음과 울음이 섞인다

남들은 웃는 거냐 우는 거냐 묻지만

오래전부터 같은 감정이라 생각했다

 

귀가 잘려나간 듯 밤은 조용한 눈발로 날린다

주머니 속 사탕 봉지 소리만 남았다

 

얼음 풍경을 베고

쓰디쓴 눈송이를 한입에 털어 넣으면

나는 다시 깊어졌다

 

 

            —계간 《시인수첩》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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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 1964년 인천 출생. 2015년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시집 『여름 달력엔 종종 눈이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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